“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극장에 가는가?
오늘 밤 뿐만 아니라 매일 밤, 사람들이 극_ 또는 변형된 의미의 영화 _ 이 공연되는 극장에 가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무엘 셀던은 이에 대해 평범하지만 설득력 있는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기분전환을 위해, 둘째, 자극을 얻기 위해, 그리고 셋째로는 반드시 공통적이지는 않지만 무엇인가 더 알고자 하는 마음, 즉 교육을 받고자 하는 의도에서 사람들은 극장에 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런 모든 욕망은 바로 극장에서 이루어지고 가장 강하게 충족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세상의 어느 건축보다도 매일 밤 극장으로 빨려 들어간다. "
< '상상과 욕망의 시공간', 극장의 역사, 임종엽, 살림지식총서, 2005 >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의하면 전국 국. 공립 민간 등 637개 극장 가운데 2000년 이후에만 328개가 개관하였다. 이는 한국의 중진국 진입에 따른 경제적 성장과 함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한 지역의 문화예술의 욕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 간의 문화시설 유치의 경쟁으로 인한 공공(公共)극장의 설립에 대한 지역의 요구 때문일 것이다.
보통의 극장의 설립의 변화를 살펴보면 지역의 집회시설인 공회당의 개념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공연, 예술교육, 전시를 포함해서 운영되는 아트센터로 극장건축의 개념이 변화되었다. 그리고 예술생산자와 소비자인 관객의 매개로서 예술경영이 도입되어 공립극장이 아트센터 운영으로 반영되는 경향인 것이다.
과연 왜 이렇게 지역마다 지방자치정부에서 공공극장을 만들고 운영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리고 지역에서 문화예술의 소비에 있어서 진정한 수요는 있는 것인가?
대규모 문화공간의 건립과 공급의 필요성을 느끼고 국가가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0년대이다. 그리고 문화예술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정착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지방자치시대의 경쟁력 우위 확보도 지역의 문화 콘텐츠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근래에 들어와 점차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따라서 공공극장의 설립 붐은 지자체의 경쟁력 확보와 지역주민들의 문화 소비자로서의 욕구의 반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문화시설의 인프라 구축을 통한 지역자치정부의 치적 성과에 대한 경쟁도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 공공극장의 설립은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문화 예술 소비들이 그 속도가 늦기 때문에 더 지역민들의 문화 예술의 소비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운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그 운영에 있어 콘텐츠의 주목성, 가격정책, 마케팅 역량의 강화 등 많은 노력을 기우려야한다. 그렇치 않으면 공공극장은 제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한다.
여기에서 지역 공공극장에서는 지역민들의 진정한 문화예술 소비를 위한 지역의 수요 창출이라는 고민이 시작된다. 앞에서도 기술하였듯이 대부분의 문화예술의 정책과 그 콘텐츠의 중심은 한국에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것은 유렵과 같은 숙련된 역사를 갖춘 문화선진국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중앙정부 주변부에 모든 문화시설과 콘텐츠가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분권시대에 각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공공극장에서는 그 콘텐츠의 운영에 있어서 전략적 기획(Strategic Planning)을 해야함에 불구하고 보통 대관 중심으로 가다보니까 운영의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공공극장이 왜 이 지역에서 만들어져야만하고, 그 지역의 인구, 재정자립도와 같은 지방정부의 건전재정의 문제 그리고 처음에 설립하게 된 취지는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조직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비전과 각자의 임무를 공유해야만이 그 방향성에 대해 지역의 여론 지도층과 지역민들이 같이 공감대를 같이하면서 그 운영에 있어서의 지지(支持)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의 공공극장이 지역민들에게 제공하는 콘텐츠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 지역의 문화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민들에게 문화후생 복지지수를 충족시켜야 한다.
또한 지역문화의 활동 거점으로서 지역민들에 문화향수의 확대, 늘 용이하게 생활 속에서 즐기는 창조시설로서의 친근감, 문화시설의 방문을 생소하게 혹은 장애로 여기면서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도 모르는 지역민'들에게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주변 공간을 적극 활용한 개방형 프로그램의 운영의 확충', 프로그램의 참신성과 주목성을 통해 지익 공공극장에는 찾아갈 수 없지만 다양한 노출을 통해 그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러한 치열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 등과 함께 지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를 활성화를 시킬 수 있는 역량으로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 공공극장은 늘 비전과 미션을 지역민들과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공개된 세부 실천을 통해 그 운영의 묘미(妙)를 살려 '지역에서 살아 숨쉬는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의 공공극장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선 극장을 찾는 관객의 심리는 다음과 같은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해방감이다. 극장에서 관객들은 일상에서 없는 공연에 대한 몰입을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드리고 또 하나는 극장에서 일상에서 없는 평생교육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것이 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본연의 호기심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교육의 장으로서 극장을 찾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에 심리에는 많은 이들과 함께 무대의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인생에 대한 탐색을 하고자 하는 방식으로 극장을 찾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공공극장에는 많은 공간이 존재한다. 공공극장의 역사가 우리보다 앞선 일본에서는 음악전문 극장과 연극 전문극장 그리고 전시장, 예술교육을 하는 공간은 극장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공공극장의 영향을 받아서 최근 만들어진 곳은 복합시설로서 공공극장이 이루어져 공연, 전시, 예술교육의 공간이 같이 만들어져 있다.
공공극장의 운영과 정책을 구상할 때 이렇게 공연과 전시, 예술교육을 묻어서 운영방향을 잡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공공극장은 더욱 더 그 고민들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도 명백한 현실이다. 미래의 공공극장은 관객들이 그 공간 내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연계해서 보고 느끼고 직접 참여하는 기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과거의 공민관, 시민회관, 문예회관, 평생교육센터에서 이제는 공동체 연계센터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바그너의 성지라고 일컫는 ‘바이로이트축제극장'이 있다. 바그너 자신이 직접 설계한 이 원형극장은 바그너가 위대한 독일 오페라 작품만을 공연하는 축제극장이다. 이 극장은 오페라축제 전용극장이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공공극장의 환경이 변화가 있었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복합장르를 결합한 시설로서 만들어져 공간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서 그 활성화를 모색함에 있어 새로운 극장 모델이 필요해 졌다. 그래서 한국형 축제극장을 만드는 것도 공간 활성화에 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체코의 제2 도시 브루노시 야나체크극장에서 지역민들과 지역 예술단체의 협력 오페라 공연인 베르디 ‘아이다’를 보았다. 그 때 공공극장의 설립 목적성과 지역 축제의 연계 선상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야나체크 극장은 1,200석 규모로 꽉 채운 관객들에게 지역 오페라축제가 이렇게 자부심으로 남을 수 있구나 하는 깊은 여운을 주었다. 시민배우들과 관객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오페라에 몰입하면서 즐기고 있었다. 오페라가 끝날 때까지 모두가 흥분해 있었다. 정말이지 감동적이었다.
영국 템즈강 사우스 뱅크에 위치한 로열 페스티벌하우스에서는 매일 로비에서 노인, 어린이, 주부 등 연령대에 맞춘 다양한 작은 축제를 개최해 유료관객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을 위해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매일 문화공간에서 극장 속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극장을 단순히 공연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극장 전체를 콘텐츠로 보고 이를 개방함으로서 테마별 문화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축제극장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었다. 극장의 모든 공간이 하나의 콘텐츠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국, 공립극장 2,300개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일본은 오히라(大平)총리부터 시작된 대형문화시설의 건조물인 '하코모노'( 箱物,はこもの : 충분히 활용을 못하는 건조물(建造物)을 말함)은 거품경제의 절정인 1990년대에 만들어졌다.
시골의 조그마한 마을에도 감당할 수 없는 공공극장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국가가 채권발행을 통해 건설비의 대부분을 보조했다. 지방자치정부에서는 최소한의 건설비만 부담했다. 그래서 지방정부에서는 지역공립극장을 비롯한 도서관, 체육시설 등 건설 붐을 일었다.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하드웨어만 고려했지 프로그램 운영비 등 소프트웨어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결과는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되었고 지방정부 재정의 압박을 가져왔다. 당시 일본에서는 공공 문화시설은 준공되면 그것으로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개관식을 화려하게 하고 그것을 마친 후에는 관리인만 존재하는 말 그대로 건물은 ‘주차장’과 같은 기능만하고 있었다.
소프트웨어 부재와 함께 효율성과 공공성(公共性)을 상실해 지역주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로인해 지역민들이 ‘조세저항’에 대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1999년 PET법(Private Finance Initiative: 민간자금 등의 활용을 통한 공공시설 정비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이어졌다. 2003년 5월 22일에는 고이즈미(小泉) 내각의 공공개혁 중 하나인 지정관리자제도에 까지 이르러 박물관, 도서관, 공원, 아트센터 등 문화시설을 ‘관(官)에서 민(民)으로’ 개방하게 된 것이다. 운영의 효율성에 치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경비절감에는 일정한 효과는 있지만 지역의 창조시설로서의 문화 복지에의 기여는 미비했다는 평가가 다수이다.
그래서 공공극장의 지정관리자로 선정된 재단 등과 같은 단체에서는 운영의 효율성을 고민하면서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문화복지와 연계된 축제을 개최해서 그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다.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운영의 이와키예술문화교류회관은 파크페스티벌을 한다. 지역의 고등학생들의 프린지 공연, 지역특산의 야채와 지역과자를 판매한다. 그리고 야외 카페의 운영을 통해 지역민들과 소통의 공간을 만든다. 이러한 작은 축제는 시즌별 개최한다. 이바라키현 히타치시 시빅센터에서는 광장을 활용해 2년에 한 번씩 시민오페라 개최(여름, 야외좌석 5,000석)한다. 또한 청소년들이 중심이 된 플리마켓, 버스킹을 중심으로 한 거리축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루미나리에, 봄에는 학생무용축제 등 이 극장의 앞 광장에서 펼쳐진다.
문화예술시설은 아니지만 관객들을 모으고 그들과 같이 호흡한다는 의미에서 같은 목적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동물원의 성공사례가 있다.
일본 홋카이도 최북단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동물들의 움직임과 관객들의 시선을 고려한 '행동전시'라는 콘셉트의 도입으로 아사히카와 지역은 물론 세계적인 명소로 부상했고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기린과 같은 동물은 바로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런 특징을 갖춘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지난 2006년에만 304만 명의 관객이 찾았고, 도쿄에 있는 우에노 동물원의 관객 수 350만 명을 육박하였다. 시 직영 공공시설인 동물원을 세계적 명소로 바꾼 것은 반도 겐(坂東元) 원장을 비롯한 동물원 직원들이 일심 단결해 1997년부터 동물원을 행동전시시설로 개선하는 아이디어에 온 힘을 기울인 결과이다.
예술이라고 해도 '가치의 교환'이라는 경제적 논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사회적 요구에 의한 책임경영을 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예술경영의 핵심이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예술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화두가 된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고 그 공간체험이 선순환 되도록 유도하는 것은 공공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