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조경환 _공간 콘텐츠 프로듀서] 우연히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아트 매니지먼트 관련 책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책이 ‘고이데고문화회관(小出鄕文化會館) 이야기’라는 책이었다. 일본 니카타현 고이데고문화회관이 개관을 하고나서 10년간의 발자취를 다룬 책이었다.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관장을 추천하고 그가 지역 활성화와 공공극장을 연계해서 모든 것을 바치면서 공공극장을 운영해나가는 과정이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보여 지는 형식이 아니라 그 지도자의 영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시설은 건설비에서 부터 운영비에 이르기까지 ‘판도라의 상자’와 같이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특히 공공극장은 지출대비 수입에 한계점이 명확해 재정건전도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그 운영에 있어서 면밀한 검토와 지역민과 합의된 지역 공공성에 의해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운영 대책을 세울 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경영성과, 합리적 운영, 공공성이라는 세 박자가 잘 돌아가야 한다.
그곳을 가기에는 너무나 먼 거리였다. 도쿄역에서 신칸센으로 타고 나가오카(長岡)역까지 갔다가 보통열차로 고이데역까지, 그리고 고이데고문화회관까지는 다시 택시로 가야 했다. 그를 만나 십여 년 간의 지역 공공극장의 경영에 대한 그의 ‘분투기’를 꼭 듣고 싶었다.
일본의 공공 문화회관 건립 당시, 건설에 참여했던 목수 겸 설계사가 이후 문화회관의 관장이 되어 당초 주변인들의 우려와 달리 모범적으로 운영을 하였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일본 니가타현의 작은 도시 우오누마(魚沼)시 고이데고문화회관의 이야기다. 목수 출신의 당시 39세 사쿠라이 도시유키씨가 당시 지역주민들에 의해 추대되어 관장으로 취임했다. 문화회관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그의 취임은 복잡하게 얽힌 지역 사정 때문이었다.
이 지역의 인구는 4만2천명으로 2개의 동, 5개 마을로 이루어진 소도시다. 운영을 위해서는 6개 지역 자치단체에서 공동 부담을 해야 했다. 더구나 문화회관이 위치한 고이데는 마을의 외곽으로 지역주민들이 발걸음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벼농사와 밭농사에 종사하는 관계로 설립 당시부터 지역에서 반대가 심했다. 그래서 개관 7년 전부터 지역민들이 중심이 되어 간담회를 열고 선도적인 공립 문화시설의 견학 및 조사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적인 지침과 운영의 명확한 비전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설립 초기에 관장을 선임하는 일에 수많은 논란이 있었고, 대도시 예술경영 전문가 섭외라든지 시의 퇴직관료의 선임 등이 다각적으로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민들이 중심이 된 ‘주민들에 의한 문화를 육성하는 간담회’에서 ‘그가 관장이 되면 지역민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쿠라이 관장이 만장일치로 선임되기에 이른다. 목수가 관장이 되었다고 큰 화제가 되었지만 우려도 컸다.
그는 우선 몇 가지의 원칙을 세웠다.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감성의 교육장이 되자’, ‘지역 문화예술의 핵심시설 기능을 유지하자’, ‘여러가지 대내외 교류를 심화시키자’, ‘세대를 초월하는 문화 진흥의 환경을 만들어내자’ 등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세계 최고, 일본 최고가 아니라, ‘지역에서 최고의 문화회관을 만들자’라고 결심했다. 단순하게 보이는 비전이지만 가장 섬세하고 확고한 신념이 필요한 내용이다.
고이데고 문화회관 프로그램의 특징은 지역 내에서 ‘찾아가는 공연’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지역밀착형 극장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문화회관까지 찾아올 수 없는 지역민들에게 공민관 혹은 학교나 카페를 빌려 직접 연주자들이 찾아가 콘서트를 진행을 했다. 그리고 이 작은 소도시 구석진 마을을 공공극장 운영을 통해 ‘활기 찬 도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로 이끌어낸 것이다.
사쿠라이 관장은 지역 택시 운전사에게도, 역 앞 레스토랑 주인에게도 잘 알려진 지역의 스타다. 지역행사에 종종 가수로도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의 또 다른 자부심의 하나는 파견된 행정직 공무원을 제외하고 전문직들과는 15년 이상을 함께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써는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근간이 될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지역사정에 밝았다. 문화회관은 학교나 의료시설처럼 전문가들의 집단이고, 의사가 처방전을 환자에 맞게 진단하는 것처럼 문화회관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