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노현진 기자]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조선희) 남산예술센터는 극단 골목길과 함께 2016년 시즌 프로그램의 첫 번째 작품으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작, 연출 박근형)가 오는 3월 10일부터 2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공연된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지난 해 한국, 1945년 일본 오키나와, 2004년 이라크 팔루자, 2010년 한국 서해 백령도 등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그 속에서 오늘날 젊은 탈영병과 일제 말기 일본 가미카제 특공대가 된 조선인, 이라크에서 미군 식품업체에 배달하다 납치된 평범한 선교사, 서해에서 선박 침몰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 살고 싶어요.”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사건들은 하나의 목소리로 외친다.
박근형 연출은 군대와 전쟁, 국가와 거대담론 아래 가려졌던 이 외침을 과거 역사의 잔재로 기억하기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동력으로 삼기 위해 무대 위로 호출했다. 세상의 모든 군인의 모습, 반복되는 불행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모든 인간은 불쌍하다’라는 주제를 나타내고 있다. 작품 속 역사적 사건들은 교차 편집된 채로도 균형 잡힌 연결고리를 유지하면서 ‘죽음’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함께 치닫는다. 이 작품은 공모 심사 당시 “속도감 있는 장면 전환과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각 사건들이 서로 논쟁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극적 재미를 시종 놓치지 않으면서도 주제를 힘 있게 끌고 간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상황에 함께 등장하는 다양한 음악, 자막과 영상 등 다큐멘터리 요소는 현실과 연극적 환상을 넘나드는 장치로 활용된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쓰고 연출한 박근형(53, 극단 골목길)은 1999년 ‘청춘예찬’으로 그해 연극계의 모든 상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에게 이름을 알렸고, ‘선착장에서’ ‘경숙이, 경숙아버지’ ‘너무 놀라지 마라’ 등 대표 작품들을 선보여온 한국 최고의 작가 겸 연출가다.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현시대 소시민의 일상과 아픔을 무겁지 않게 묘사해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박 연출은 “국가 간 거래, 전쟁, 시스템 속에서 자의 또는 타의적으로 강요받는 군인들의 죽음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의 서사 위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며, 죽음의 순간에 섬광처럼 스치는 기억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겨울이야기’ ‘맨 끝줄 소년’에 출연한 배우 박윤희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차이메리카’에서 열연한 성노진, TV와 영화를 오가면서 명품 신스틸러로 활약 중인 배우 고수희와 오순태를 비롯해 강지은, 서동갑, 권태건, 이원재, 김동원, 신사랑 등이 열정 가득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2016년 페스티벌 도쿄(Festival/Tokyo)’에 공식 초청받아 오는 10월 일본 도쿄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한편, 관객참여 프로그램으로 ‘장정일의 연극읽기’ 대담 프로그램이 3월 12일부터 26일까지 주말 공연에 이어 진행된다. 독특한 시각과 문체로 문단에 새 흐름을 형성한 장정일(희곡작가, 소설가, 서평가)이 진행을 맡은 이번 프로그램에는 대담자로 함성호(시인, 건축가), 정희진(여성학자, 평화연구가), 조선희(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김규항(‘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칼럼니스트), 안치운(연극평론가)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