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말 닛산의 중형 세단인 ‘알티마’ 2015년형 모델을 구매한 김모 씨는 차를 산 지 얼마 안 돼 운행 중에 에어백 경고등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한국닛산 서비스센터에 고장 수리를 의뢰하자 “에어백 모듈 부품을 국내에 갖고 있지 않아 주문해 들여와야 한다”며 “비상시 에어백이 작동되지 않을 것”이란 답변을 들었다.
15일 걸린다는 부품 입고 날짜는 차일피일 미뤄져 100일이나 걸렸다. 수리돼 나온 차는 3개월 만에 다시 에어백 경고등이 들어왔다. 이 기간에 업체에서 대여해준 차는 자동차보험이 김 씨만 가능했다. 과거 아내와 번갈아 운전했던 명절 귀성길이었지만 최근 설 때는 서울과 부산을 혼자서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에어백은 고객 안전과 직결되는 주요 부품인데 이를 국내에 비축해 두지 않는 비상식적 서비스 정책이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 고객 배려 부족한 ‘고자세 애프터서비스(AS)’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24만3900대. 전체 승용차 판매량 중 수입차 브랜드의 비중이 처음으로 15%를 넘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09년 4.9%였던 수입차 점유율은 2011년 7.9%, 2013년 12.1%, 지난해 15.5%로 급증했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량은 크게 늘고 있지만 이에 비해 서비스센터 확충이 더뎌 AS와 관련한 고객 불만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수입차 서비스센터는 437곳으로 국산 5개 브랜드 서비스센터(3501곳)의 8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신차 판매량 기준으로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아우디는 정비센터 1곳이 처리해야 하는 차량 대수가 1000대를 넘는다.
지난해 9월 BMW i3를 구입한 박모 씨는 차를 사자마자 자동차 배터리 이상이라는 경고등이 들어와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겼다. 입고시킨 지 120일이 지났지만 센터에서는 “한국에서는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다. 박 씨는 “새 차에 문제가 생겼고 이마저도 신속히 고치지 못하는 BMW코리아 측에 화가 나서 환불을 요청했다”며 “환불은 절대 안 되고 일단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에 부품 공장이 있는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생산과 부품 공장이 모두 해외에 있어 부품 수급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 평균 수리일은 8.8일로 국산차 4.9일보다 3.9일 길다. 자동차 업체들은 수리 기간이 길어지면 고객들의 불편을 감안해 비슷한 차종으로 렌털을 해주는 ‘대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이마저도 제대로 운영하고 있지 않아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김모 씨는 “수리가 길어져서 대차 서비스를 요구했더니 ‘대차해줄 차량을 갖고 있지 않으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을 내세우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결함 차량 매년 큰 폭으로 증가수입차 판매량이 늘면서 자동차 결함 대수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1년 4만5305대였던 리콜 대수는 2013년 5만5853대, 2014년 13만6633대, 지난해에는 24만7861대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산차는 전체 판매량(157만9706대)의 절반 수준인 78만6207대를 리콜했다.
수입차 리콜이 늘어난 데 대해 수입차 업계에서는 “작년 수입차 리콜 사례 중 상당수는 자발적 리콜로 업체들이 소비자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발적 리콜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이 여러 번 문제를 제기해야 리콜을 결정한 경우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정비센터 증설이 판매량보다 더딘 이유를 수입사들이 한국 내 투자를 꺼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를 파는 딜러사들이 본사를 상대로 경쟁을 해 차량을 판매하다 보니 AS 품질 향상은 뒷전이 됐다”며 “정비 기술력이 있는 업체들을 협력사로 지정해 AS망을 보완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