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 방송내용정리 이규진] 이른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위수령.계엄령’문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작성된 기무사의 이 문건에는 탄핵 기각 시에 군을 동원해 탱크와 장갑차 등으로 청와대.국회.각 언론사에 진주시키는 계획과 공수부대 등 특수부대를 서울과 전국 각 지역에 배치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문제는 지금도 당시 문건을 작성하는데 관여했던 기무사 장교들과 한민구 전 국방장관 등은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한 대비 문건이었을 뿐이라고 부인하고 있는데, 하루가 다르게 튀어 나오는 사실들을 종합할 때, 실행 계획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만약 문건대로 계엄이 실행됐다면, 5.16군사 쿠데타나 12.12쿠데타와 같은 헌정 유린 상황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1980년 12월 12일,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기 위해 공관에 군을 보내 총격을 벌이고 정 총장을 강제 연행하는 하극상을 저질렀던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그 모습이 오버랩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기무사 문건은 대단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2.12사태는 결국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 수많은 시민들이 군에 의해 학살됐었던, 지워버리고 싶은 피의 역사가 또 한 번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건 작성에 관여했던 기무사 장교 등은 실행 계획이 아니었음을 주장하고,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도 이에 동조해 ‘별 거 아니다’란 식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문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 국민들에게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까지 하고 있다.
지난 31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느닷없이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을 향해 '성 정체성'까지 끄집어내면서 기무사 문건에 대한 불만을 던졌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군인권센터가 기무사의 노무현 전 대통령 통화 내용 감청 사실을 폭로한 것을 언급하며 "임 소장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해 구속된 전력이 있고,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데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그동안 기무사 계엄령 문건 등에 대해 '문제될 것 없다'는 모습을 보였던 한국당의 원내사령탑이 기무사를 옹호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를 폭로자인 군인권센터의 권위를 실추시키기 위해 개인의 성적 정체성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더 황당한 것은 김 원내대표가 "문재인정권과 임 소장은 어떤 관계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한국당은 군사기밀 문서가 어떻게 인권센터로 넘어갈 수 있었는지 파악할 것"이라는 등 사건의 초점을 흐리려는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은 임 소장이 성 정체성을 겪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며,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권유린이 아닐 수 없다.
김 원내대표의 말대로 라면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군대를 가지 않는 여성들은 군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되고 나아가 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여성은 안된다는 얘기하고도 맞닿게 된다.
심각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장 '제1야당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와 함께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소수자도 안아야 할 공당의 대표가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며 “당시 여당이던 한국 당은 '내란 공범'이며 해산 대상”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임 소장은 “논리가 부족하니 하등 상관 없는 내용까지 끌어와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헌법정체성”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한국당이 개인을 향해 무분별한 비난을 퍼붓는 것은 기무사 개혁을 무위로 돌리려는 추잡하고 치졸한 정치적 모략일 뿐"이라며 "자유한국당은 더이상 기무사를 비호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독립수사단이 진행하는 수사를 지켜보며 반성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김 원내대표는 다음날에도 자신의 발언이 맞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지난 2004년, 故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때도 기무사가 비슷한 문건을 작성했다는 그야말로 의혹을 제기했다.
당사자인 기무사는 "2016년 12월 지난 정부 기무사에서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상황을 짚어봤지만 계엄 내용 검토는 일절 없었다"고 반박했다.
3일, 김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문재인 정권이 선제적으로 군을 무장해제를 하더니 이제는 아예 군을 문제 집단으로 몰아붙여 벌거벗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날 기무사 문건 논란과 관련 청와대와 국방부 장관, 기무사령관, 군인권센터 소장등을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렇게 군 전체를 볼품없는 집단으로 만들어놓고 무슨 개혁을 이야기할 수 있나. 군을 만신창이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이 같이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은 군을 내란음모나 획책하는 적폐세력으로 몰아가며 드루킹 특검을 희석하려고 하지 말고, 더불어민주당과 드루킹 일당의 정치적 커넥션을 수사하는 특검 수사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며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국정조사를 통해 기무사 문건 작성.유출 경위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자고 했지만 답하지 않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뒤에서 볼멘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석구 기무사령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 기무사 문건 유출 관련자들을 공무상 비밀누설, 군사기밀보호조치 불이행, 군사기밀 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김 원내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옳다’고 박수 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많은지 궁금하다.
‘드루킹 특검’과 기무사 계엄 문건을 비교해 볼 때도 어떤 사안이 더 위중한 지는 초등학생도 알만하고 현 정부와 여당이 군을 매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현 정부에서 하고 있는 것은 기무사에 대한 개혁이기 때문이다. 군이 본연의 업무에서 이탈해 정치에 관여하고 시민을 사찰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개혁해야 할 일이 분명한데도 김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입장에서 기무사 보호에 힘을 쓰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 앞뒤가 맞지 않고 억지로 보이는 것은 그동안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한국당의 기류가 기무사 문건은 ‘비밀 문건’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해 놓고 문제가 커지는 모습을 보이자 군인권센터와 청와대 대변인을 ‘비밀 누설죄’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일, 국방부 특별수사단의 발표를 통해 기무사 계엄문건이 실행계획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자유한국당은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를 중단하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날 추미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방부 특별수사단의 발표는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라며 "기무사 문건의 실체가 통상적 대비계획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을 염두에 둔 실행계획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한국당은 집권 시절에 벌어진 계엄령 계획에 대해 반성은커녕 물타기와 말장난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한국당은 기무사 문건에도 적시된 계엄령의 조력자이자 수혜자이며,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당사자"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제라도 기무사 계엄령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인정하고 그 지시자와 배후 규명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기무사 문건과 관련해 한국당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도를 넘고 있다"며 "특정 개인을 비하하고 현역 장성을 모욕하는 자세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안 최고위원은 한국당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기무사의 대응 문건 작성을 언급하는 것과 관련해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던 2004년 문건과 군이 기무사 주도로 계엄을 시도해 군사 반란과 쿠데타를 하려 한 2017년 문건을 같은 선상에 두고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한국당의 해석에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한국당은 더 이상 기무사 개혁을 방해하면 안된다"며 "본질을 덮는 물타기를 중단하고 바닥까지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할 방안부터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의 기강확립과 반란 모의, 군비리 척결, 대간첩 작전 등의 업무를 해야 할 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과 관련인들, 언론인, 정치인 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이어오다가 급기야 ‘계엄령 문건’ 작성까지 했다는 사실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정치군인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이어보겠다는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군은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보루이다. 하지만 과거 5.16과 12.12, 5.18로 인해 군은 국민의 신망을 잃었었고, 그 중심에 보안사가 있었음은 사실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군을 신뢰하고 있다. 군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기무사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정치 군인들에 대한 불신이 큰 것이지 군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는 것을 한국당 구성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지나가는 시민들 붙잡고 물어보라. 대한민국 국군을 불신하고 있냐고...
기무사의 이런 잘못된 행태는 정치권에서 부추기고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김 원내대표나 한국당은 잘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 기회로 기무사는 본연의 업무로 거듭나야 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