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이명수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놓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별검사(특검)'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검찰 내부 반응은 차갑다.
고위 법관 등 사법부를 상대로 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일선 법원에서 가로막혀 난항을 겪기도 하지만, 수사 진척이 꽤 이뤄진 상황에서 오히려 특검 도입은 '수사를 빨리 끝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서울 송파구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영어(囹圄)의 몸’으로 지내다 562일 만에 구속 기간 만료로 지난 6일 석방됐다.
김 전 실장의 블랙리스트 혐의는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재판을 미루는 대가로 법관 해외 파견을 지원받았다는 ‘재판 거래’ 의혹에 김 전 실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불거진 상태여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김 전 실장이 ‘서초동’과의 인연을 끊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김 전 실장에게 14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김 전 실장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지난 6일 소환에 불응한 바 있다.
구치소 수감 중에도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또다시 소환에 불응한다면 3번째인 만큼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방침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에 법관 해외 파견을 청탁하는 대가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지연시켰다고 의심한다.
행정처가 재판 일정을 지연시킨 이유로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정부에 ‘절차적 만족감’을 줄 필요가 있다”고 내부 보고서에 적은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검찰은 대법원이 밝힌 수사협조는 사실상 '수사의뢰'를 뜻한다는 보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한 의혹이 담긴 문건들이 다수 나온 상황에서, 법원이 이 문제를 자체 해결하지 못하고 검찰에 공을 넘겼는데 특검을 거론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재판에 윗선이 개입했다는 게 입증되면 그 재판은 무효다. 그 재판으로 구속된 사람은 바로 풀어줘야 한다. 그런데 그런 재판거래 의혹 문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서 덮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각에서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곧 이 사건을 3~4달 안에 빨리 끝내자는 뜻"이라며 "더 길게 봐야한다"고 특검 도입 목소리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편, 검찰은 지난 7일 창원지법 마산지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를 공개 소환조사했다. 김 판사는 법관사찰 의혹 문건을 작성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문건 작성 및 지시 과정에 개입한 '윗선' 수사가 본격화했다는 분위기다.
검찰은 또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가 강제징용 재판을 두고 양승태 사법부와 수차례 접촉한 의혹과 관련해, 오는 14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출석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