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선영 기자] 찬성 56대 반대 14, 재적 2/3 이상 찬성으로 설정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중앙종회에서 16일 통과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 가결은 1962년 조계종 통합종단 출범 이후 처음이다.
오는 22일 원로회의 인준이 남았지만 압도적 표차로 통과된 만큼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학력 위조와 사유재산 은닉, 은처자(숨겨놓은 아내와 자녀) 의혹 등 각종 의혹으로 퇴진 요구를 받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불신임 결의안이 가결됐다.
불신임안이 통과됐지만 종단혁신을 요구하는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앞서 설정 스님은 이날 임시회 전까지 자진 용퇴하기로 했으나 이를 번복하고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오는 12월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때부터 숨겨둔 딸 논란을 비롯해 학력 위조, 사유재산 은닉 등 여러 의혹에 휩싸였다. 또한 현재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며 “종단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지만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번복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도 당선된 건 종단의 부패한 주류세력이 도왔기 때문이고 그 핵심은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낸 자승 스님이라는 게 개혁파들의 주장이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총무원장에 선출됐으나 선거 과정에서 은처자 의혹 등이 제기됐고, 취임 이후에도 지속적인 의혹 제기와 적폐청산 요구를 받아왔다.
◆설정 스님은 누구
존경 받던 대표적 선승, 총무원장 나서며 논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은 지난해 10월 치러진 선거 전까지는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 선승으로 꼽혔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온갖 의혹이 제기됐고, 당선 뒤에도 이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서 탄핵될 위기에 처했다.
설정 스님은 충남 예산 출신으로 원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55년 수덕사에서 혜원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1년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이후 수덕사 주지를 거쳐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제11대 중앙종회 의장을 지냈다. ‘사판승’(절의 행정과 살림을 맡은 스님)으로서 역량을 발휘한 뒤에는 ‘이판승’(수행에 주력하는 스님)으로도 이름을 떨쳤다. 2009년에는 수덕사가 있는 덕숭총림 4대 방장으로 추대됐다.
그러나 지난해 ‘사판승 중 최고 지위’인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불미스러운 논란이 시작됐다. 서울대를 졸업한 ‘엘리트 스님’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설정 스님은 이를 인정하고 직접 사과했다. 거액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은처자 의혹’이 결정적이었다.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 당선 직후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깔끔하게 소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지난 5월1일 MBC <PD수첩>이 이를 다시 다루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설정 스님은 16일 자신의 불신임 결의안이 상정된 중앙종회 임시회의에 나와 “종헌종법에 근거한다면 불신임안을 다룰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불신임안은 예상보다 더 많은 찬성표를 받아 통과됐다. 아직 원로회의 인준이 남긴했지만 선승으로 이름을 날렸던 설정 스님은 임기(4년)의 4분의 1도 채우지 못하고, 조계종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총무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