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부산=변옥환 기자] 부산지역의 언론 감시단체가 지역 대표 일간지인 부산일보의 안병길 사장 사퇴를 다시금 촉구하고 나섰다.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가 126일째 안병길 사장의 퇴진을 놓고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부산민언련) 등 언론공공성지키기 부산연대가 5일 안병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달 안병길 사장이 호소문에서 밝힌 사죄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스스로 물러나라”며 “부산일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지역지의 자존심을 깎아내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안 사장임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일보 안병길 사장은 지난달 30일 본사 노조와 사원을 향해 호소문을 발표했다.
호소문에는 안 사장 자신이 퇴진운동의 원인 제공자인 점과 저널리즘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스스로 반성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날 의사는 없음을 밝혔다. 그는 호소문에서 “극단적인 투쟁으로 제가 물러난다고 한들 부산일보에 남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승자 없는 싸움이고 패자만 있을 뿐입니다”라고 밝혔다.
언론공공성지키기 부산연대는 “안 사장은 퇴진운동을 진행한 부산일보 노조를 비난하고 함께 연대한 언론노조와 시민사회를 외부세력이라 폄하하며 노조와 시민사회 사이를 갈라 퇴진운동을 무력화하고자 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부산연대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도 본사 노조를 비난하고 지역 언론의 공공성을 걱정하는 시민사회를 ‘외부세력’이라 호도하는 태도는 발행인에게서 나올 수 있는 언행인지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일보 안병길 사장의 부인 박모씨가 부산시의원에 출마해 보도 공정성 훼손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안 사장은 동문들에게 자신의 부인의 선거 출마를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 이는 부산시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으로 결정됐었다.
또한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에 따르면 안 사장이 기자들에게 자신의 홍보 사진이 빠졌다고 언급하며 기사 제목을 바꾸거나 내리라는 압박을 수차례 가했다고 전해졌다.
언론공공성지키기 부산연대 관계자는 “엘시티 비리에 연루된 차승민 사장 퇴진 운동과 부산MBC 낙하산 사장 임명 때도 지역 시민사회는 언론노동자와 연대해 문제를 지적해왔다”며 “이번 부산일보 사장 퇴진운동도 마찬가지다. 시민사회의 정당한 언론개혁 운동을 호도한 안 사장은 이를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안병길 사장은 부산일보 노조에 ‘회사 살리기 끝장 토론회’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조에 “뭐가 팩트고 진실인지, 가치판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회사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지 전 사원들이 보는 가운데 노조위원장과 제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봅시다”고 제안했다.
이에 전대식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은 뉴스프리존과의 통화에서 “지금 회사를 죽이는 주체가 사장인데 그가 회사 살리기를 언급한다는 게 우리 입장에서 상당히 불쾌하다. 당장 사장이 나가는 게 회사를 살리는 길이다”라며 “현재 노조가 126일째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안 사장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해결하려고 있다. 회사를 죽이고 있는 사람과 회사의 사활을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임단협 교섭도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노조가 쟁위권을 확보하면 모든 것을 하나씩 정리해 정상화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