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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결산] 스스로 약속 지킨 전광열 감독… 내년 바라보는 경남고

변옥환 기자 입력 2018/10/20 00:30 수정 2018.10.20 09:07
▲ 19일 오후 찾은 부산 서구 동대신동 소재 경남고등학교에서 야구부 선수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몸을 풀고 있다. / 사진=변옥환 기자

[뉴스프리존,부산=변옥환 기자] 낙엽이 물드는 계절이 돌아오고 10월에 접어든 이때, 2018년 한국프로야구도 정규시즌을 마치고 포스트시즌에 돌입했다. 프로야구의 근간인 고교야구도 전국대회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역대회와 같은 보다 규모가 작은 대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2018년 한해를 달려오며 주말리그를 비롯한 전국대회에서 많은 고교야구 유망주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지난달 10일 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를 모두 마쳤다. 또한 지난달 열린 제12회 아시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가 대만을 꺾고 5번째로 챔피언에 올랐다.

야구의 계절이 서서히 막을 내릴 즈음 뉴스프리존이 지난봄에 만난 지역 고교야구팀들을 다시 찾았다. 19일 오후 찾은 학교는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 있는 부산권 강호이자 전국구 강팀인 경남고등학교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경남고등학교를 찾아 전광열 감독과 졸업을 앞둔 프로 지명선수 서준원(롯데자이언츠), 노시환(한화이글스), 이정훈(KT위즈), 김현민(한화이글스), 김민수(기아타이거즈) 5명을 만났다.

경남고 전광열 감독은 지난 4월 초, 시즌을 앞두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8강부터는 한 게임 한 게임이 모두 전쟁이니 우선 전국대회 8강을 목표로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전 감독이 스스로에게 한 다짐은 거의 다 이루었다. 올해 경남고는 오프시즌인 3월 명문고 야구열전 우승을 시작으로 황금사자기 4강, 청룡기 8강, 대통령배 8강, 봉황대기 8강, 협회장기 준우승, 현대자동차배 우승을 거뒀다. 그러나 시즌 마지막 주요대회이자 작년에 우승했던 전국체전에서는 부산 대표로 출전해 1라운드에서 강릉고에 져 탈락했다.

전광열 감독이 이끄는 경남고는 지역 대표로 나간 전국체전에서 1라운드 탈락한 것이 뼈아프지만 5대 전국대회에서는 모두 8강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에 경남고 전광열 감독은 “전국대회 8강에 오른다는 것은 우승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치만 최종 목적지인 대회 우승을 쟁취하지 못한 데 있어 아쉬움이 있다”며 “한편으론 좀 더 아이들을 챙겨 경기하는데 보탬이 됐다면 우승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자책감도 느낀다. 올해 아이들이 부상당하지 않고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경남고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도 만났다. 경남고 2학년 투수진 에이스로 전국대회에서 수차례 팀 위기상황에 등판해 매번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 최준용 선수를 만나 한해 소감과 내년 각오를 들어봤다.

다음은 경남고 전광열 감독과의 일문일답.
 

▲ 경남고 전광열 감독 / 사진=변옥환 기자

Q. 올 시즌 전국체전을 제외한 전 대회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 성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감독으로서 봤을 때 팀이 전국대회 8강에 올랐다는 것은 우승 가능성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최종 목적지인 대회 우승을 쟁취하지 못한 데 있어서 아쉬움은 있지만 아이들이 대회를 통해 연습했던 과정들을 많이 실현했다.

또 그 대회를 통해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다음 대회에 도전하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힘든 시기도 있었다. 그치만 아이들이 묵묵히 시즌을 잘 치러줘서 고맙다.

감독으로서 ‘애들이 좀 더 잘해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 제가 좀 더 애들을 챙겨 경기하는데 보탬이 됐다면 우승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자책이 든다. 또 크게 다치는 일 없이 한 시즌을 마쳐줘서 그게 제일 고맙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신인드래프트가 끝나고 우승이 가려져 비중은 작았지만 전국대회 협회장기 결승까지 가서 아쉽게 졌다. 다시 곱씹어본다면?

- 서울고 선발 정우영의 볼이 좋았다. 우리도 투수전으로 잘 대처했지만 결정적 찬스에서 그 고비를 못 넘긴 게 참 아쉽다. 지나간 게임은 저도 잘 생각 안 하는데, 경기 초반 실점 후 역전할 수 있는 장면도 몇 번 있었지만 거기서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Q. 올 시즌 팀에 대한 총평을 내린다면?

- 8강을 넘어 우승까지 바라보려면 어느 한 분야가 월등히 뛰어난 것도 중요하지만 팀의 투타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올해 보면 선수들이 개개인의 능력은 충분히 갖고 있는데 중요한 장면에서 밸런스가 조금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투수가 잘 던져주고 타자들이 득점해줘야 할 시기에 점수를 내는 그런 조화가 이뤄졌다면 강팀을 만나더라도 넘을 수 있는 힘이 되는데 밸런스 면에서 조금 아쉬움을 남겼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내년을 위해 어떤 것을 더 보강해야 한다고 느끼는가?

- 보강이라기보단 현재 선수들의 개개인 기량을 잘 개발해내는 게 우선이다. 그 능력을 바탕으로 팀을 어떻게 구상해나가야 한다.

신입생들은 다시 지켜봐야겠지만 재학생 구성을 보면 투수진 가운데 3명은 현재 팀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 야수들 가운데서도 전의산, 고영우, 이주형 등 올해 게임을 뛴 선수들이 있다. 시즌 치루며 경험을 쌓은 아이들이 주축이 돼 팀을 이끌어준다면 공·수·주 밸런스는 어느 정도 맞춰질 것 같다.

우선 올겨울 기본기를 충실히 쌓아 시즌을 준비하는 게 가장 좋겠다. 감독이 구상한대로 선수들이 베이스런닝과 투수력, 출루 능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맘대로 되진 않지 않나. 결국 지금부터 기술적인 부분에서 기본기를 충실히 닦아야 한다.

또 선수들이 학생 신분에 맞는 행동과 마음가짐을 해줬으면 좋겠다. 학교생활에 있어서도 모범이 되는 게 기본이라 생각한다. 정신력과는 조금 다른데 청소년이면 청소년다운 바른 마인드, 자세를 갖췄으면 좋겠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한해 팀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 주요 전국대회가 모두 서울에서 치러지니 지방팀으로서 여러 어려운 점이 있다. 우선 학부모님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또 오랫동안 서울에 가 있으며 선수들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다.

특히 올해 여름 폭염기간이 길었다. 그래서 협회가 폭염 때문에 전국대회 일정을 조정했다. 정오부터 오후 3시 전까진 게임을 안 하면서 대회 일정이 길어졌다.

물론 선수 보호 차원에서 더위를 피해 경기를 잡는 것은 당연히 잘했다. 그러나 지방팀들은 일정이 길어져 버리니 서울에 더 오래 머물러 있어 상대적으로 출혈이 컸다. 타지에서 오래 체류해야 하니 더 지쳐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다.

또 전국대회 올라가서 우리가 좋은 시간에 연습하자 부탁해도 수도권 팀들이 주로 좋은 시간대에 연습한다. 그래서 구장이 비는 점심시간 이용해 연습하기도 했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지난해보다 올해 경남고가 더 잘 보완된 점, 그리고 올해 가장 보람된 일은?

- 저희 팀이 사실 작년하고 비교했을 때 경기력은 거의 비슷했다. 근데 올해가 작년보다 전력이 나을 거라고 언론을 비롯한 주위에서 그렇게 평가했다. 스스로 이렇게 말하기 그렇지만, 기량이 높은 선수들을 더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한데 그 전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작년에 우리 포수 정보근이 프로에 입단해 올해 초, 상대적으로 포수 공백이 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올해 윤준호가 포수로서 역할을 잘해줬다. 더 나아진 것이라면 작년보다 1명 더 프로에 갔다는 점에서 보람도 된다.

대학 특기생 입시는 이번 주말부터 실기 들어간다. 제자들 모두 좋은 결과 있었으면 한다. 자신이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대학에 합격했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 프로 간 애들보다 대학 원서를 쓴 애들이 신경 쓰인다. 지금도 실기 준비한다고 몇 명은 연습하고 있다. 그래서 먼저 프로 간 애들이 입시 준비하는 친구들 걱정도 같이 해주고 하면 좋겠다.
 

▲ 2019 KBO 신인드래프트에 지명된 경남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 왼쪽부터 서준원(롯데자이언츠), 김민수(기아타이거즈), 김현민(한화이글스), 이정훈(KT위즈), 노시환(한화이글스) / 사진=변옥환 기자

Q. 2019 KBO 신인지명회의에서 5명이 프로팀에 지명됐다. 프로에 가는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 프로에 가서도 경남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 거기 잘하는 선수도 많은데 가서 처음 야구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잃지 말되 프로선수로서 겸손하길 바란다.

1차도 있고 2차 1라운드도 있지만 그런 것 다 무시하고 다시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자. 어릴 때부터 프로를 꿈꿔왔겠지만 프로가 되는 게 다가 아니다. 1차적인 목표를 이뤘으면 좀 더 세부적인 목표를 잘 세워서 하나씩 달성해나갔으면 좋겠다.

특히 사생활 관리 잘하길 당부한다. 야구 실력도 중요하지만 내 주변의 요소들을 잘 참는 부분도 중요하다. 이제 성인이 되니 성인으로서 자제력을 갖추는 것부터가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그게 진정한 프로다운 모습일 테니 하나씩 갖춰가길 바란다.

Q.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졸업반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 평소 아이들에게 하는 말인데 서로 야구를 시작한 시기는 비슷하다. 차이 나 봤자 2~3년이다. 근데 유니폼을 벗는 시기는 언제가 될지 모른다. 프로에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프로에 가서 혹은 은퇴할 때 어떻게 유니폼을 벗느냐가 중요하다.

사실 팀에 프로지명이 많이 되면 그것도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상대적으로 지명 못 받은 아이들의 박탈감이 더 커진다. 그래도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프로에 선택받지 못했지만, 대학에 가면 거기서 충분히 노력해서 자기 기량을 더 쌓아 프로에 도전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

마음은 아프겠지만 그 눈물을 곱씹으며 다시 한번 희망을 갖고 도전해보길 바란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이번 겨울, 팀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계획이 있다면?

- 우선 전 고교팀은 부상 방지 차원에서 12월 한 달 동안 연습게임을 못 하게 돼 있다. 그리고 보통 저희 팀은 따로 전지훈련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달부터 내년 1월까지 학교 내에서 기초체력부터 기본기를 토대로 훈련할 계획이다.

아마 내년 3월 말 주말리그 시즌 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 전에 1~2월부터 전술훈련을 통해 실전에 대비할 것이다. 이후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연습게임으로 감을 끌어 올릴 계획이다.

Q. 내년 3월에 열리는 대회는 어떤 대회인지?

- 고등학교 감독자협의회에서 나온 말인데, 올해 9월에 열린 협회장기 기록이 입시에 반영되는 학교가 있는 반면 아닌 학교도 있다. 그럴거면 협회장기 대회 기간을 주말리그 시작하기 전에 여는 것으로 당기자는 것이다. 협회장기 기록까지 입시에 필요한 자료가 되게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말이다.

감독들도 그것을 대다수 찬성하고 있다. 대신 그렇게 되면 주말리그가 뒤로 밀릴 것이다. 올해도 작년과 비교하면 주말리그 시작일이 일주일 정도 뒤로 미뤄졌다.

어쨌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를 올해처럼 할 거 같으면 차라리 시즌 일정을 앞으로 당기자는 입장이다. 대학 특기생으로 진학할 학생들을 위해서 그렇게 건의할 계획에 있다.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고 협회에 건의하겠다는 계획이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 협회나 기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구덕야구장을 대체할만한 아마추어 전용구장이 부산시에 하루빨리 생겨야 한다. 올해 주말리그를 기장야구장에서 했다. 물론 기장군도 부산시에 속해 있지만 부산 6개팀 모두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다.

이전에 대신동에 구덕야구장이 있을 때 우리학교, 부경고, 부산고를 비롯해 개성고와 부산공고, 부산정보고 모두 접근성이 괜찮아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기장야구장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시설은 신식이라 괜찮지만 교통이 다들 불편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부산시에서 아마야구장 건립을 위해 용역을 거쳐 설계 중이라고 들었다. 향후 부산시에 아마추어 전용 야구장이 다시 생긴다면 그로 인해 지역 학생야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다.

전광열 감독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올해 경남고등학교 2학년 투수로 위기상황마다 올라오며 불을 껐던 ‘소방수’ 최준용 선수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준용은 내년 신인드래프트 부산지역 1차 지명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최준용은 “위기상황에서 제가 잘 던진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위기 때마다 마운드에서 집중하니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며 “내년 안 다치고 야구 잘해 부산에서 열릴 세계청소년야구대회에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싶다. 또 내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 1차 지명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경남고 최준용 선수와의 일문일답.
 

▲ 경남고 최준용 선수 / 사진=변옥환 기자

Q. 자신의 올 시즌 성적을 스스로 평가를 하자면?

- 올해 성적은 기록 면에서는 괜찮았다고 보는데 볼넷이 약간 많아서 좀 더 볼넷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올해 야구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 대통령배 8강 신일고와의 경기에서 0-3으로 끌려가고 있었을 때 추격조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 순간 단 한 점이라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엄청 집중해서 던졌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팀이 져서 많이 아쉬웠다.

Q. 위기 상황에서 잘 틀어막는 모습을 여럿 보였는데 본인도 알고 있나?

- 알고 있진 않았는데(웃음), 생각해보니 팀이 위기 때마다 자주 마운드에 올라간 편이었다. 집중을 하니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Q. 혹 스스로가 득점권 상황에서 즐기는 편인지?

- 즐기진 않는데, 주자가 나가게 되면 어차피 나가게 된 거니까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 하자고 암시하는 편이다.

Q.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장기는?

- 투수의 볼 스피드도 중요한데 공 끝이 좋아야 한다. 저는 그렇게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지만 공 끝이 좋아 그것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Q. 최준용 선수의 롤모델이 있다면?

- 올해 프로 1차지명 받은 경북고 원태인 선수가 롤모델이다. 중학교 때부터 봤는데 그 선배님이 폼도 좋고 마운드에서 멘탈도 좋고 인성도 좋은 것 같아 이전부터 닮고 싶었다.

Q. 이번 겨울에 꼭 보완해야겠다는 부분은?

- 하체를 더 기르고, 그리고 아직 제구가 미흡한 것 같아서 제구력을 더 가다듬을 것이다. 또 볼 스피드를 더 내기 위해 런닝과 웨이트트레이닝도 중점적으로 훈련할 계획이다.

Q. 내년 목표가 있다면?

- 일단 첫째가 안 다치는 게 목표다. 또 내년 부산에서 열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뽑히고 싶다. 그리고 내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차 지명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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