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파문이 인하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하대 교수회는 2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학 재단 이사장의 직계 자녀는 이사회에서 배제돼야 한다”며 인하대 족벌 경영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인하대 재단인 정석인하학원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이사장이며 장녀 조 전 부사장, 장남 조원태 대항항공 부사장 등으로 이사진이 구성돼 있다. 인하대 이사직은 조 전 부사장이 항공기 리턴 사건 이후 사퇴하지 않은 유일한 직책이다.
교수회는 이어 “이사장 자녀의 부적절한 언행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사태는 그동안 쌓인 적폐의 일단이 드러난 것”이라며 “재단과 모기업 대한항공은 물론 우리 대학의 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하대 총장직은 연이어 3대째 파행적으로 유지돼 왔다. 홍승용 11대 총장은 2008년 12월 말 이사회에 참석한 뒤 갑자기 퇴진했다. 당시 조양호 이사장도 참석한 이사회에서 조현아 이사가 교수 임용과 관련해 홍 총장에게 막말을 해 가며 서류를 던진 직후라는 증언이 나왔다.
이본수 12대 총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했다. 이 총장 역시 이사진과 매끄럽지 못한 관계였다는 풍문이 돌았다. 박춘배 13대 총장은 공교롭게도 미국 뉴욕 공항에서 땅콩 회항 사태가 발생한 지난 8일 돌연 사직서를 냈다.
박 총장 사퇴는 항공기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 이사장이 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9일 공항에서 사표가 전격 수리됐다. 조원태 이사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달 14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인하대 운영과 관련된 인하학원과 한진정보통신 간 거래 내역 공개를 요청하며 피켓시위를 벌이자 욕설과 막말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교수회는 “재단이 대학을 재벌 그룹의 계열사 정도로 보고 있다. 특히 반복되는 총장 인사 난맥상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사회에 있다”면서 “대학의 수장이자 얼굴인 총장을 이사장의 하수인으로 만들고자 한 시도가 현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며 이사회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