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몽탈보 연출/사진제공=국립극장
[연합통신넷=노현진 기자]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과 프랑스 사요국립극장이 공동제작하는 국립무용단의 신작 ‘시간의 나이’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전통의 재해석을 통해 우리 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온 국립무용단은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한국 내 프랑스의 해’ 개막작으로, 안무를 맡은 샤오국립극장 상임안무가 조세 몽탈보와 협업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새로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작업은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라는 큰 주제로, <시간의 나이> 포스터 이미지에서 우산을 씌워주는 행위는 ‘전통’과 ‘현대’ 각각의 시간이 서로를 보호해준다는 개념을 표현한다. 조세 몽탈보에게 ‘전통’과 ‘현대’는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섞이고 공존하는 것이라고 했다. 작품 제목 ‘시간의 나이’는 멕시코 소설가 카를로스 푸엔테스가 1987년 이후 자신의 작품을 ‘시간의 나이’라고 분류한 데서 영감을 받았다.
조세 몽탈보는 “이제 고인이 된 작가는 창작자들에게 과거를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내다보라고 권했다”면서 제목에 담긴 뜻을 전했다.
<시간의 나이>는 3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시간의 놀이’로 새로운 기억을 창작하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해체하는 과정으로,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성을 보여준다. 무용수들의 기억에서 온 춤들, ‘한량무’ ‘부채춤’ ‘살풀이’ 등의 전통복식을 입고 추는 영상을 보여주는 한편, 현대 일상복을 입은 무대 위 무용수들은 영상 속 춤을 재해석한 동작을 선보인다.
영상과 무대의 춤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국춤사위가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통과 창작의 관계를 춤과 영상을 통해, 하나의 놀이처럼 변하는 부분으로 춤 위에 또 다른 춤이 겹치고, 예술 위에 예술이 겹치고, 그 둘이 서로 차용되고 인용되면서,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지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무대화할 예정이다.
2장에서는 인류를 주제로 한 ‘꿈’을 담아낸다. 안무가는 오랜 친구인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다큐멘터리 ‘휴먼’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미공개 영상을 사용한다. 조세 몽탈보는 2장 ‘꿈’에서 인류에 대한 사색을 담아내고, 그 상상의 공간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휴먼’의 미공개 영상이 맡는다. 휴먼의 미공개 영상은 총 60개국을 돌면서 2,500시간 동안 2,020명을 인터뷰한 대작으로, 서울의 일상적인 풍경이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통해 상상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서로 이질적인 풍경과 인물들의 만남으로 꿈속에서 볼법한 공간이 국립극장 해오름 무대에 펼쳐진다.
3장의 주제는 ‘욕망의 의식’으로, 한국 무용에 내재된 원시적인 제의에 담긴 욕망을 표현한다. 태고의 역동성과 기쁨을 표현하는 장으로 무용수들이 타악 연주와 라벨의 ‘볼레로’가 어우러진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영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음악이다. 여전히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1장에서는 프랑스 출신 DJ 로랑가르니에의 빠른 템포의 일레트로닉 음악에 한국의 리듬을 가미하고, 2장에서는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중심으로 음악을 구성했다. 또 3장에선 국립무용단만의 특별함만을 보여줄 무용수들의 타악 연주와 라벨의 ‘볼레로’가 혼합될 예정이다.
조세 몽탈보는 “춤은 인간과 같다. 결국은 하나의 뿌리를 가진다. 다양한 인종이 있지만, 결국은 하나에서 시작했듯이, 다양한 춤이 존재하지만, 하나의 맥으로 통한다”면서, “이번 작업을 통해 우리가 추고 있는 춤이 하나의 맥으로 이어졌다는 것과 그 맥을 찾아가는 과정을 ‘시간의 나이’를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현대무용계는 과거의 것은 배제한 채 현대적인 것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오랫동안 전해져온 한국무용의 전통미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작품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23일 첫 공연으로 ‘한국 내 프랑스의 해’ 개막주간을 여는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는 오는 6월 16일부터 24일까지 프랑스 파리 사요국립극장에서 ‘포커스 코리아’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