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국립중앙도서관
[연합통신넷=노현진 기자]국립중앙도서관이 도서관과 정보 아카이브, 박물관의 복합어인 ‘라키비움(Larchiveum)', 이른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한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은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본관 1층에 방대한 도서관 자료를 주제별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전시실(337.5㎡)을 마련했다. 2층 문학실(870㎡)은 윤동주, 백석, 서정주 등 한국의 대표 근대문학작품 전시를 겸한 자료실로 라키비움화하는 한편 연말 디지털도서관에 뼈, 점토판 등 종이 발명 이전 시대의 서사매체부터 다양한 디지털 시대의 매체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록매체박물관(가칭)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를 담고 있는 본관 전시실에서는 첫 전시 ‘그날의 영광, 내일의 기대: 국내 문학상 수상 작품展’(3~4월)을 시작으로 ‘조선을 사랑한 서양의 여성들: 송영달 개인문고 설치기념 특별전’(5~6월), ‘한국전쟁, 미 NARA 수집문서를 보다’(6~7월), ‘옛 소설의 대중화, 세책과 방각본’(8~10월), ‘장애인, 책, 또 다른 세상을 만나다’(11~12월)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22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열리는 ‘그날의 영광, 내일의 기대: 국내 문학상 수상 작품展’은 국내 문학상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의 위상을 검토하는 기획전시. 최근 한국 문학의 위기에 대한 각종 진단이 나오는 시점에서, 문학상의 역사적 줄기를 짚어보는 이번 전시는 문학의 권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1939년 ‘조선예술상’의 의미부터, 현존하는 문학상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1970~80년대 문단의 권위를 보여주던 ‘이상문학상’ 등 국내 문학상의 사회적 역할과 위상의 변화를 테마로 삼았다.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국내 문학상 총 82개, 1350여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또한 손보미, 최진영, 박성준, 박준 등 문학상을 수상한 신인 작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문학상의 의미와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문학의 방향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부대행사로 이달 31일 오후 3시 국제회의장에서 ‘달의 바다’로 제12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정한아’ 작가를 초청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저자와의 만남’도 진행한다. 강연 신청은 23일 오전 9시부터 국립중앙도서관 누리집(www.nl.go.kr, 도서관소식>행사안내)에서 받는다. 선착순 마감, 참가비는 없다.
또한 본관 1층 전시실 맞은편에 국립중앙도서관의 지난 70년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전시’도 새롭게 설치한다. 1945년 개관 이래 현재까지 지난 70년 동안 국립중앙도서관이 걸어온 발자취와 1,000만 장서 현황, 우리나라 도서관 역사의 주춧돌인 박봉석 초대 부관장의 업적과 저서를 만날 수 있다.
박봉석 부관장은 광복 후 극도의 혼란 속에 다른 직원들과 함께 불침번을 서면서 장서를 지켰고, 문헌수집대도 만들어 귀한 건국자료를 수집하는 등 1945년 10월 15일 국립도서관 개관을 이끈 한국 도서관계 대표 인물. 이밖에도 국립조선도서관학교 개교 및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분류표와 목록규칙 편찬 등 우리나라 도서관 역사를 시작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자료실 가운데 가장 먼저 라키비움 공간으로 변모한 본관 2층 문학실은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연구하고, 한국문학의 토대가 된 근대문학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기존의 5단 서가에서 탈피해 3~8단 복식서가 및 유리진열장 등 123개와 이용자의 취향을 고려해 북카페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디자인의 좌석 116석을 배치했다. 또한 한국근대문학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연대기 코너’와 시, 소설, 희곡의 대표 작가와 작품을 전시하는 ‘장르별 코너’ 등 상설전시 ‘한국근대문학: 보다.읽다.만지다’를 마련, 스토리가 있는 복합문화서비스 공간으로 조성했다.
근대문학부터 최근 3년 간 출간된 문학이론, 한.중.일.영미.세계문학, 서양서 등 총 2만 8,000여 책도 있는 공간이다. 근대문학 연구자를 위한 자료열람서비스 및 문학자료 제공은 물론 기존 자료실과 달리 국가별, 장르별 장서 구성으로 이용자 중심 서비스를 차별화했다.
특히 23일과 24일 양일간 백석의 ‘사슴’ 초판본(1936), 국내 유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인 이광수의 ‘무정’ 재판본(1920), 서정주의 ‘화사집’ 특제본(1941) 등 희귀자료 3책을 공개한다. 이와 함께 김동리와 박목월의 유품 및 작품 30여점도 직접 만날 수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편, 연말 선보일 기록매체박물관(가칭)은 수록(저장).필기(생산).재생매체의 변천사를 살필 수 있는 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현재 디지털도서관 지하 3층 전시실(220㎡) 및 로비벽면(702㎡) 등 총 920㎡를 활용한다. ▲바위, 동굴벽, 뼈, 점토판 등 선사시대부터 ▲죽간, 목편, 파피루스, 종이(한지, 죽지 등) 등 역사시대, ▲필름, 사진, 음반, 카세트 등 시청각매체, ▲종이, 자기테이프, 디스크, 외장용 메모리 등 인쇄전자매체, ▲미래매체로 불리는 석영광학저장기술(Migration free preservation)까지 기록매체의 변천사를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은 “도서관은 이제 단순히 책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변화의 시대, 인류의 지성을 대표하는 정보와 소통의 공간이자 문화를 향유하는 교육적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국가대표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이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