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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이후 여성폭력 상담소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
기획

미투 이후 여성폭력 상담소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

고경하 기자 입력 2018/11/29 17:54 수정 2018.11.29 22:38
남자는 평생 동안 한 번도 느끼지 않았을 불안감 우리는 평생 느끼며 살고 있다
미투운동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 / 사진 고경하 기자

[뉴스프리존,대구=고경하 기자] 대구여성의전화(대표 김정순)는 지난 28일 대구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여성 폭력 추방주간의 행사로 경찰에서 본 미투 변화(곽미경 달서경찰서 여성 청소년계 팀장 ), 여성폭력 상담소의 역할 및 과제(이상미 대구여성장애인통합상담소 소장), 미투 전후 최근 상담통계 분석 및 상담소의 방향(양숙희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대구성폭력상담소 소장)이 ‘미투(나는 폭로한다) 이후 여성폭력 상담소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먼저 경찰에서 본 미투 전후 변화를 주제로 곽미경 대구달서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의 내용

작은 변화들

‘미투(MeToo) 운동’을 ‘대지진’이란 단어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한다.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하게 만든 과거 ‘김부남 사건’에서 지난해 ‘이영학 사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성폭력 사건이 이슈화 되면서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성폭력을 말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터져 나왔던 말들은 사법기관, 여성단체, 정치인 등 특정인만 움직이게 하는 규모가 낮은 지진에 불과했다. 그러나 ‘#’가 붙은 미투(MeToo) 운동’은 듣는 자의 위치를 특정인에서 일반 대중으로 변화시키면서 가부장적 사고의 견고한 틀에 ‘대지진’과 같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균열에는 직접 말하는 피해자의 경험과 언어가 고스란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렇게 표현하는 근거로 먼저 경찰관 개인의 변화에 관한 일상을 소개하겠다.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직위가 높은 남성 상사 한분이 “여성의 삶에 결혼이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라고 물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여성은 “결혼이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보다 출산이다.

첫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여성의 삶은 급격하게 전환된다. 모든 판단과 행동이 아이 중심으로 바뀌는데 이것은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바뀐다.”라고 대답했다. 일부는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이 ‘모성본능’이라고 봐야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었고, 또 일부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작동된 것이라고도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여성은 그 분께 왜 그것이 궁금한지에 대해 물을 때 그 남성 상사는 놀라운 답변을 했다. 미투 운동을 지켜보면서 젠더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혼자 공부를 하고 있던 중 아내의 삶을 짚어 보게 되었다고 한다. 연애시절과 결혼생활을 거치면서 가족을 빼고 여성으로서 아내 개인의 삶만을 본다면 너무 큰 변화가 있었지만 남성으로서 자신은 크게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것이 아내에게 새삼 미안해서 결혼이 여성에게 어떤 의미이고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작은 변화를 소개하겠다. 홍대 불법촬영・유포 사건의 이슈로 혜화역 시위가 이어지고 있을 때의 일이다. 여성청소년수사팀은 불법촬영 범죄를 수사하는 부서이다.

불법촬영은 찍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대부분 남성이다. 이는 생물학적 여성만을 시위 참가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찰은 그동안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불법촬영 범죄에 대응한 것은 아닌지 그래서 거리로 내몬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일은 여성청소년수사팀 일원으로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혜화역 시위를 지켜보면서 1차 시위 때 사무실 남자직원이 “왜 여자는 빨리 잡아줘도, 구속해도 난리야”라고 했습니다. 2차 시위 때 성범죄 수사부서 경찰답게 “신속수사와 구속의 사유를 열거하며 성별에 따른 편파수사가 절대 아닌데 왜 난리야"라고 했다.

3차 시위 때는 진지하게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라고 물었다. 1차 시위와 2차 시위 때는 비아냥거림이 섞인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면 3차 시위 때는 의자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테이블에 손을 모으며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태도였다.

옆에 있던 여직원이 “남자는 평생 동안 한 번도 느끼지 않았을 불안감을 우리는 평생 느끼며 산다. 우리는 화장실가면 휴지로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막고 위아래 계속 살피면서 볼일을 본다. 요즘은 화장실 갈 때 가면이라도 쓰고 싶다."라고 했다. 듣고 있던 남자 직원은 “진짜? 몰랐다. 상상도 안 해봤다. 그럼 우리 집사람도 우리 딸도 그렇겠네!"라고 했다.

보수 지역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대구에서, 보수 집단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경찰조직 내에서 변화의 작은 움직임인 관심을 갖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젠더에 대해 책이나 매체를 통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슈에 대해 토론을 이어가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투 운동과 혜화역 시위는 일반 대중까지 여성의 경험을 여성의 목소리로 듣고 해석하기 시작했고 듣는 사람이 바뀌기 시작했다.

2. 성인지 감수성 향상

최근 성폭력 피해자로 소문난 당사자에게 소문의 진위를 묻거나 주변의 평가를 전달하는 것도 성폭력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성희롱 사건의 당사자에게 사실 여부를 묻고 다른 사람에게 당사자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전한 일로 징계를 받은 한 경찰관이 낸 행정소송이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당시 여성청소년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원고에게는 평균인은 물론 다른 경찰 공무원에 비해서도 높은 ‘성인지 감수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국민과의 접점에서 여성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관이 이들의 문제를 보다 공정하고 세심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의 입장에서 느끼는 불안과 경찰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를 경찰이 제대로 이해해할 필요가 있다.

불법촬영 등 일상에서의 불안감을 호소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높고 사회 전반에 성평등 가치가 보다 존중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일고 있는 이때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경찰청에서는 지난 8월 이틀간에 걸쳐 경찰 총경 이상 지휘부 613명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경찰의 현안 및 주요 업무 공유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통상의 경찰 지휘부 워크숍과 달랐다. 신임 경찰청장 특강 외에 외부 전문가에 의한 성인지 감수성 강의만으로 진행되었다.

현장의 치안책임자로서 일선 경찰관을 교육하고 지휘하는 경찰 지휘부부터 먼저 성인지 감수성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특별히 이루어진 교육이었다. 경찰인재개발원과 각 시도의 지방경찰학교에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 과정 일주일, 3일, 2일, 1일 프로그램으로 개설이 되어 정기적으로 입교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일반 직무과정 교육 개설시 1시간 이상 성인지 감수성 향상 과목을 편성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일선 경찰서의 노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에서는 특별히 찾아가는 성인지 감수성 향상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상반기 1회, 하반기 1회 실시하고 있다.

대구 시내 각 지구대와 파출소 근무 교대 시간에 강사가 직접 지구대로 찾아가서 실시하는 교육이다. 여성폭력 신고 현장에서 가장 먼저 국민과 만나는 지구대와 파출소 전 직원이 연간 2회 이상은 반드시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을 받게 하는 조치였다.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에서 월2회 현장학습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달서경찰서의 경우 7단계성인지 감수성 향상 특별교육을 실시하여 전국 현장학습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표창과 상금을 수상하기도 했다.

3. 성평등위원회와 성평등정책담당관 신설

경찰청에서는 ‘미투(MeToo)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사회 각 부문에서 여성의 성희롱·성폭력 방지 및 차별적 관행 개선 등의 요구가 거센 가운데, 경찰개혁위원회에서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제고 방안에 대한 권고를 수용하여 ‘성평등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실현과 성인지적 경찰 업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자문한다.

위촉된 민간위원은 학계·시민단체 등에서 경력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전문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울러, 성평등 업무 전담부서인 ‘성평등정책담당관’을 신설하고 전문성 담보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일반직 임기제로 채용하여 경찰청 성평등 정책을 총괄 기획·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고 위원회 소집·안건회부·평가·환류 등의 업무를 전담 수행토록 함으로써 성평등 업무를 보다 강력하게 추진한다.

성평등정책담당관 인력은 일반직임기제 2명(4·5급), 경찰관 2명(경정, 경위), 행정관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평등정책담당관의 주요 업무는 대국민측면에서 △여성폭력 대응체계 점검 △치안정책 대상 성주류화 제도 운영 등이고, 조직 내측면에서는 △성희롱 예방대책 △성인지 교육 △성별격차 해소방안 등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경찰인재개발원에 양성평등교육 전문 강사 및 폭력예방교육 통합강사 양성 과정을 개설하여 경찰관 전문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위촉된 전문 강사는 전국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양성평등교육과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4. 성폭력 피해자 표준 조사 모델 개발

경찰청은 수사과정상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자의 적극적인 협조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한편, 경찰수사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성폭력피해자 표준조사모델’을 개발하였다. 미투 운동, 불법 촬영・유포 등으로 여성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성폭력피해자가 경찰수사단계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발생하여 이를 방지하고자 개발하게 되었다.

표준 조사모델은 총 17명의 특별팀을 구성하여 성폭력 피해자 13명에 대한 심층면접, 해바라기센터 및 성폭력 상담소 상담사 설문조사 66건, 피해자 진술조서 57개건, 성폭력범죄 피해자 특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 자료, 미국·영국 등의 성폭력 범죄수사 가이드라인을 분석하였다. 또한 일선의 성폭력 전문수사관과 합숙 토론을 거치고, 현장수사관 13명과 정신과전문의, 판사·변호사, 법・범죄 심리학자, 여성단체 등 외부 전문가 12명의 검토를 거쳤다.

이 모델은 2개월 간(2018.10.22.~12.21.) 전국 8개 경찰서에서 시범운영을 거쳐 내용을 검증하고 현장적합성 여부를 확인하여 문제점을 발굴·보완한 후 내년 1월경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범운영 경찰서는 서울 영등포서, 부산 사상서, 인천 서부서, 대구 달서서, 광주 서부서, 대전 동부서, 울산 남부서, 경기남부 용인동부서이다.

시범 운영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여성청소년수사팀 144명 전원 실습 위주로 표준조사모델 사전 교육을 완료하고 현재 시범 운영 중에 있다. 이후 전체 여청수사기능 대상으로 사전교육을 실시한 다음 2019년 3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미투이후 상담소 나아갈 방향 강의후 / 사진 = 고경하 기자

이 모델은 국내·외 연구자료 및 전문가·현장조사관·여성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한 결과의 산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경찰에서는 여성대상 범죄를 적극적으로 수사했으며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이번 ‘성폭력 피해자 표준조사 모델’ 개발을 계기로 2차 피해 방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시스템적인 대응이 가능해져 경찰수사에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다음은 미투 전후, 최근 상담통계 분석 및 상담소의 방향에 대해 양숙희(대구여성의전화 부설 대구성폭력상담소)의 내용

1. 여성폭력과 미투운동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2006년 여성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미국에서도 가장 약자인 소수인종 여성, 아동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독려해주고 피해자끼리 서로의 경험을 통해 공감하고 연대하며 용기를 내어 사회를 바꿔갈 수 있도록 창안한 것이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조심스럽게 시작되었으나 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조금씩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하게 되었고, 이윽고 2017년 10월에 이르러서는 하비 와인스틴 성범죄 파문 등으로 성범죄 피해자의 성범죄성폭력 피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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