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교의대 정신과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세계 최장기 72여년에 걸친 종단연구로서 인간성장보고서에는 “무엇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가?(What Makes Us Happy?)”를 2002년에 발표했다. 삶을 관통하는 행복의 공식은 누구나 삶의 상식처럼 여겼던 부(富)가 아니요 학벌이나 명예도 아니었고 “좋은 관계”로 나타났다.
한편 2500여년전 공자는 그의 전체적인 삶에서 일관되게 주장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충(忠)과 서(恕)였다.
(子曰, 參呼, 吾道一以貫之. 曾子曰, 唯. 子出 門人問曰, 何謂也. 曾子曰, 夫子之道 忠恕而已矣-論語 里仁篇 참조)
핵심을 해석하면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으로 대하라’는 이야기다. 즉 공자는 2500여 년 전 춘추전국시대 극도의 혼란한 상황에서 인간이 생존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오직 하나의 해법은 ‘좋은 관계를 지향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인간은 하늘의 이치에 따라서 살아야 하는 섭리이다.(順天者存 逆天者亡: 孟子) 그러나 이에 반하여 인간이 무절제한 욕망으로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삶에 처하게 되면 무질서적인 늪에 빠지게 되고 인간관계가 파괴되어 전쟁과 약육강식(弱肉强食)이 나타나게 되고 인본적인 삶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공자는 이를 세계 내 질서(孝)회복과 관계회복을 위해서 인(仁)의 사상을 강조했다.
인(仁)은 ‘인(人)’과 ‘이(二)’의 두 글자가 합해서 된 것으로서 인간과의 관계에서 어짐이나 사랑으로 나타낸다. 공자는 이 인(仁)을 실천 윤리의 기본 이념으로 삼았으면서도 「인(仁)은 무엇이다」라고 정의하지 않았다, 인에 대해서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줄 때는 인에 대한 방법론으로 가르쳤다.
따라서 후대 학자들이 공자의 인 사상을 이해하는 데에는 여러 견해의 차이를 나타나게 되었다. 공자가 나타낸 인(仁) 사상을 주요 단어들로 정리해 보면 인(仁)을 효(孝)·제(悌)·공(恭)·경(敬)·충(忠)·서(恕)·예(禮)·신(信)·관(寬)·민(敏)·혜(惠)·온량(溫良)·애인(愛人)등으로 나타냈다. 이는 아마 노자(老子)의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와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의 사상처럼 일체의 덕목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을 나타내고자 했을 것이라는 필자의 해석이다.
부연하면 인(仁)을 부모에게 행하면 효(孝)가 되고, 형제에게 행하면 우(友)가 되며, 이웃 어르신에게 행하면 제(悌)가 되고, 나라에게 행하면 충(忠)이 된다는 논리이다.
현대인은 인간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춘추전국시대나 현대나 미래에 있어서도 인간관계의 문제는 인류가 존속하는 한 끊임없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2019년 새해의 다짐으로 인(仁)을 행하기 위한 당대 공자의 관점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공자가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예악사어서수(禮樂射御書數)를 현대적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첫째, 예(禮)는 예절로서 2019년에는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하자.
예(禮)는 법(法)적 행동 보다는 효(孝)등 윤리(倫理)와 도덕(道德)적인 행동에 더 가깝다. 이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좋은 인간관계형성과 정신건강에 이르게 하는 지름길이다.
둘째, 악(樂)은 음악으로서 2019년에는 음악을 통해서 정서적으로 안정된 삶을 갖자.
옳고 바른 이성으로만 사는 삶 속에는 메마른 인생을 살게 된다. 따라서 감성적인 삶의 증진을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악기 등으로 소통하는 삶을 배워 인간관계에서 촉촉한 삶을 갖자.
셋째, 사(射)는 활쏘기로서 2019년에는 스포츠 등 운동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자.
건강한 몸은 자기가치실현에 기초를 제공하며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협동력 배양과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형성된다.
넷째, 어(御)는 승마로서 생활의 유용한 도구를 잘 활용해보자. 따라서 2019년에는 컴퓨터 등 새로운 전자기기 등을 배워 SNS 및 지식 정보사회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자.
이는 환경속의 인간이라는 인간과의 좋은 관계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다섯째, 서(書)는 글을 아는 것으로서 2019년에는 기초 소양으로 인문학을 배워보자.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인본적인 사상을 중심으로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대한 깨달음과 인(仁)을 폭넓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섯째, 수(數)는 수리학으로서 2019년에는 목표나 계획 설정 시 측정가능 한 계수를 넣어보자.
목표가 수량화되지 않으면 집중이 분산되고 정확한 달성도 측정이 안 된다. 그러나 목표나 계획을 수량화 하면 목표를 향한 집중도가 높아지고 체계적인 관리와 접근이 용이하다. 이는 인(仁)을 행함에 있어서도 마음에서만 머물지 않고 실천적인 삶으로 나타난다.
끝으로 현대인에게 있어서 인간관계의 단절과 회복율이 낮은 가장 무서운 병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코 ‘정신질환’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인의 주 사망원인인 암이나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은 대부분 회복율이 정신질환보다는 높고 더욱이 암 등이 가족관계나 인간관계의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낮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은 대부분 가족과의 갈등과 단절, 사회적인 활동상의 위축이 나타난다. 따라서 정신질환자가 인(仁)을 행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이에 인(仁)을 행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와 형제 등 가족의 관계가 좋아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세계 내에서의 질서(孝)와 관계가 좋아야 인(仁)을 행할 수 있다는 반증이 성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