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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발라드 ‘이미아직’..
문화

삶과 죽음의 발라드 ‘이미아직’

노현진 기자 입력 2016/03/28 19:06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프랑스 사요국립극장 ’초청작

[뉴스프리존=노현진 기자]지난 2014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지난해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그리고 올해까지 3년 연속 공연으로 더욱 탄탄해진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의 대표 레퍼토리 <이미아직>이 다음달 1일과 2일 양일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미아직>은 한국의 전통 장례문화에 등장하는 ‘꼭두’를 모티브로 한국의 샤머니즘 미학을 현대적 삶에 비춰 재해석한 작품이다. 상여에 매달린 망자의 길잡이 꼭두는 죽음과 삶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상징물로, 낯설고 두려운 죽음조차 일상으로 끌어안는 한국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죽음은 삶을 이야기하는 다른 통로로 삶과의 연장선상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차원의 죽음으로, 상반된 가치의 전도와 공존은 안애순 예술감독 특유의 즉흥성, 유희성의 실험과 만나 인간이자 인간이 아닌 ‘꼭두’의 세계를 창안해낸다.

이 작품 속에서 누군가의 죽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귀신이라는 비존재로 나타난다. 이 귀신의 죽음은 도깨비로 나타나 여전히 살아있는 자에게 역설적으로 해학을 선물한다. 죽음으로 내몰린 자들의 넋을 어루만지는 공동체의 제의, 그 끝은 되레 도깨비의 놀이로 우리의 삶을 위로한다.

이 작품은 분열되고 쪼개진 인간사회를 어루만져 탁월한 차원에서 통합시키는 샤먼 에너지가 넘쳐난다. 특히 이 작품에서 표현되는 ‘잔혹놀이’ 속에는 귀신이나 도깨비와 같이 알 수 없는 존재와 인간의 놀이를 통해 사회 안에 인간이 만들어 낸 위계, 젠더, 폭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균열된 모습을 감싸 안으면서 살아남은 이들에게서 망자의 넋과 에너지를 덜어내는 공동체의 제의는 죽음을 삶과 교집합으로 끌어안는 공동체의 묵묵한 힘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한국적 그로테스크의 진수인 도깨비 유머와 몽환적 세계를 그려온 작가 주재환, 음악동인 ‘고물’과 함께 전통 음악의 새로운 차원을 실험하는 이태원의 음악, 프랑스 정상급 조명디자이너 에릭 워츠 등 국내외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또 한계 상황까지 고조돼 죽음 충동을 넘어서는 군무를 비롯, 최고 기량을 갖춘 무용수들의 춤과 전통가곡의 현대적 갱신으로 호평을 받아 온 가객 박민희의 소리가 함께 한다.

한편, 올해에는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 초청작으로 올해 6월 9일부터 11일까지 프랑스샤오극장 장빌라도 무대에서 공연을 가진 뒤, 14일 벨기에 리에주극장, 그리고 17일 루마니아 시비우 페스티벌에 초청돼 한국 현대무용을 유럽 무대에 유통시키는 기회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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