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선영 기자]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환자인 박모씨(30)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임세원(47) 교수는 마지막까지 간호사 등 현장 주변 의료진들의 안전에 신경 썼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2일 경찰과 병원 관계자들의 사실 확인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마지막날인 12월 31일 5시40분께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의 진료실에서 피의자 박씨가 진료 도중 흉기를 꺼내 임세원 교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임 교수가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 병원 CCTV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에 임세원 교수는 박씨가 휘두른 흉기를 피해 진료실 앞 복도로 빠져 나왔다. 하지만 임세원 교수가 복도에서 넘어졌고 범인 박씨는 이렇게 넘어진 임세원 교수의 가슴에 올라 흉기를 휘둘러 임세원 교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임 교수는 박씨가 예약도 없이 왔지만 상담에 응했다고 한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임세원 교수의 죽음이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들의 안전을 위해 피하라고 한 것으로 말해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진료실 문 앞에 있던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한 뒤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임세원 교수님께서 간호사들의 안전을 위해 간호사들을 향해 피하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결국 병원 3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박씨에게 붙잡혔다. 부상을 입은 임 교수는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약 2시간 뒤 끝내 숨졌다. 박씨는 간호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긴급 체포됐다.
임세원 교수는 생전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에 헌신하며 환자들을 위해 봉사한 의사였다.
임세원 교수는 우울증과 불안장애와 관련된 학술논문 100여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올리는 등 관련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인정을 받았다.
지난 2016년에는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펴내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2011년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개발, 2017년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선정한 생명사랑대상을 받았다.
임세원 교수는 생전 각종 기고문과 SNS에 글을 올려 정신 관련 병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한 20여년 동안 환자들이 자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한 편지를 상자에 담아 보관하는 환자에 대한 사랑도 갖고 있었다.
임세원 교수는 강서 PC방 살인사건 발생 직후 자신의 SNS에 '각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삶의 가장 힘겨운 밑바닥에 처한 사람들이 한가득 입원해 있는 곳이 정신과 입원실'이라며 '고통은 주관적 경험이기에 모두가 가장 힘든 상황이다. 도대체 왜 이 분이 다른 의사들도 많은데 하필 내게 오셨는지 원망스러워지기도 하지만 이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스스로 되뇌이면서 그 분들과 힘겨운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한다'고 적어 환자들을 위한 마음을 내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병원 CCTV, 박씨의 소지품 등을 분석하고 주변인들을 조사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확인할 방침이다.
결국 임세원 교수는 정신 관련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사랑하고 주변사람들을 애틋한 마음으로 보살피는 존경받는 의사로 확인돼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임 교수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부검도 실시됐다. 경찰은 지난 1일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여부는 2일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