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노현진 기자](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사상운영위원회(위원장 정호승)에서 선정하는 2016년 ‘천상병詩 문학상’ 18번째 수상자로 시인 고영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딸꾹질의 사이학’이다.
천상병사상운영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올 2월까지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2월 중 1차 예심을 거쳐 10권의 후보작을 정했다. 고영 시인의 수상작을 비롯해 안주철 시집 ‘다음 생에 할 일들’ 등의 10권의 후보작들이 선정됐다. 선정위는 10권의 후보작을 중심으로 지난 달 2차 심층독회를 갖고, 최종심의 대상으로 세 권의 시집으로 압축했다. 고영 시인의 시집 ‘딸꾹질의 사이학’이 천상병
시인의 시세계와 삶의 정신에 더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판단하고 만장일치로 수상작을 선정했다.
우리 시단의 중견시인 고영 시인의 시집 ‘딸꾹질의 사이학’은 상처와 성찰의 서정시학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의 시 쓰기는 ‘시는 人生이다’라는 명제에 부합하는 서정시 정신을 적절한 언어와 빼어난 은유적 사유의 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 ‘뱀의 입속을 걸었다’ ‘태양의 방식’ 같은 시들에는 시인의 이러한 상처와 성찰의 도저한 태도가 빛나는 언어로 수놓아져 있다. “내겐 불러야 할 간절한 이름들이/너무 많다”(‘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라는 표현은 시인의 궁극적인 지향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영 시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새’의 이미지는 “농담적인 生”(‘악수’)이 아니라, 궁극의 生이라는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분투하는 시적 주체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생전에 누구보다 ‘새’를 이미지화한 작품을 많이 남긴 천상병 시인의 시정신과 부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조금 더 착한 새가 되기 위해서 스스로 창을 닫았다”(‘달걀’), “부리가 다 닳도록/정(釘)을 치고 있다”(‘비망’), “도어록을 부수고/새를 꺼낸다”(‘연민’), “바닥에 가라앉은 그림자를 깨우기 위해/연신 얼음을 친다/정(釘)을 친다”(‘겨울 강’) 같은 시적 표현들에서 일종의 구도자로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천상병 시인의 ‘새’가 그러하듯이, 어쩌면 고영 시인의 ‘새’ 또한 “너무 많이 와 버렸다./구원은 너무너무 멀리 있다”(‘밑줄 긋는 사내’)라는 표현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지금의 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나’를 상상하고 그렇게 살아가고자 하는 강렬한 시적 이미지리(Imagery)임에 틀림없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고영 시인은 이른바 ‘갑(甲)질’의 횡포로 불리는 ‘딸꾹질의 폭력’(‘딸꾹질의 사이학’)을 물론 외면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뿐만 아니라, 나와 나 사이의 관계 또한 단순히 ‘공전(空轉)’(‘우리 그냥’)하는 관계가 아니라, 존재의 ‘틈’들이 있는 삶이어야 한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존재론의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이 시집에서 ‘전언’하고자 한 메시지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깨달은 어떤 단상을 적은 ‘전언’에 나오는 표현이 잘 요약한다. 그것은 “물이 스며들 틈조차 없을 정도로/흙들이 꾹꾹 다져져 있”(‘전언’)는 삶이 아닌 것이다. 그런 삶이란 얼마나 각박하고 메마른 삶이던가.
한편, 제18회 천상병詩 문학상은 ‘제13회 천상병예술제’ 기간인 오는 23일 오후 3시 의정부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