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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는 장애가 아니야, 그냥 좀 아픈거야. 감기같은..
문화

“우리 애는 장애가 아니야, 그냥 좀 아픈거야. 감기같은...”

노현진 기자 입력 2016/04/12 11:17
2016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연극 ‘소풍’

[뉴스프리존=노현진 기자]지난 해 서울연극협회가 주최하는 희곡아 솟아라! 공모전당선작으로, 2016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선정된 연극 ‘소풍’이 오는 17일까지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소풍’(연출 김승철)은 자폐와 치매를 가진 한 가정의 이야기이다. 자폐아들 은우를 평범한 생활 속에서 키우고 싶던 엄마 정희는 여의치 않은 환경들과 남편 범석의 반대로 힘든 나날을 보낸다. 은우의 수학적 능력이 서번트 증후군이라 굳게 믿고 희망을 꿈꾸던 중 정희는 위암 말기 진단을 받게 된다.

딸 은지는 오빠에게만 매달리는 엄마에게 서운하고, 치매를 앓는 할머니 역시 요양원에 모실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자신이 죽으면 더 이상 은우를 돌봐줄 사람이 없음에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던 정희는 은우와 마지막 소풍을 떠난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의 어느 가정에서도 마주칠 법한 문제들과 균열을 차분한 풍경으로 그려내고 있으면서도, 전개 방식 또한 담담하다. 정신적 장애를 가진 아들과 치매에 걸린 노인을 둔 한 가정의 이야기를 인물들의 심리궤적을 따라 차분히 풀어간다.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이미 매체를 통해 접해왔거나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익숙한 것들임에도 이지영 작가의 치밀한 극적 구성과 살아있는 연을 묘사해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은 자폐와 치매라는 특수한 환경에 처한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또한 장애는 은우와 할머니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극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각기 다른 이름과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정상과 다름, 생활의 불편함이라는 기준이 장애를 근본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사회에서는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과 반응으로 구분되기 마련이지만 그 안에서 타인에 의해 인위적으로 더 큰 불편함이 만들어진다.

자폐나 치매를 끌어안지 못하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의 우리 사회의 구조적 결함에서 기인한 것으로, 평범한 듯 보이는 가정 내에서 수 없이 교차하는 갈등은 인정과 배려에 미숙한 우리 사회를 축소해 놓은 듯하다. 이 작품은 획일적 정상화의 반대편에는 비정상이 아닌, 다양한 異常들이 공존하는 풍요로운 삶과 사회가 건재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지영 작가는 “자폐를 단순히 정신질환의 문제를 떠나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자폐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면서,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부류를 정상이라는 범주에 넣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는 소수를 비정상의 범주에 넣어 자꾸 사회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과연 옳은 것일까”라고 질문하고 있다.

또 개개인이 가진 ‘다름’이라는 특징이 사회 속에서는 ‘틀림’으로 취급받는 현상은 과연 정당한가. 또한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상과 세상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나. 어떤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소풍>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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