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유관순 정신 선양에 나섰다. 3.1운동 백주년을 맞아 2019 유관순 열사 정신선양 대행진이 지난 3월 3일 서울역광장에서 서대문독립문공원까지 진행됐는데, 무엇보다도 이 행진엔 국내 거주 일본여성 400여명이 참여하여 큰 화제를 모았다.
유관순 열사 정신선양 주한일본인회(회장 우다 에쯔꼬)가 주최하고 대한민국 순국선열유족회, 세계평화여성연합, 한국종교협의회,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등 후원으로 열린 이날 모임은 이연화 사무국장의 진행로 제1부 서울역광장 기념식과 제2부 서대문독립공원까지 도보 평화대행진, 제3부 서대문독립공원 독립관 앞 선양대회로 진행됐다.
먼저 대회사에 나선 우다 에쯔꼬 주한일본인회 회장은 "유관순 열사는 참된 애국자의 표상이며, 나라를 구한 아시아의 잔디르크다. 일본인들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1991년 3월 1일 일본 오사카에서부터 시작되어 오늘에 이른 유관순 열사 선양대회가 더더욱 발전되어 한국과 일본이 사랑으로 하나되고, 세계평화가 실현되는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곽정현 사)유관순 역사기념사업회 명예회장(전 국회의원)도 "한국에 시집오신 일본 여성들이 갖는 오늘의 행사가 참으로 감동스럽다. '나라위해 바칠 목숨이 하나 뿐인 것이 유일한 슬픔'이라며 하늘을 감동시켰던 유관순 열사의 마지막 유언을 상기하면서, 더더욱 한국과 일본을 사랑하는 평화의 가교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또한 문연아 UPF 의장도 "3.1운동 백주년을 맞아 일본여성들이 펼치는 오늘의 유관순 선양대회는 '감사는 천운을 받게 하고, 용서는 사람의 마음을 열고, 사랑은 사람을 움직인다'는 한 선지자의 말씀처럼, 하늘을 감동시키고 한일간 평화를 만드는 귀중한 천운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한일본인회 합창단의 '홀로 아리랑' 노래가 서울역 하늘 높히 울려퍼졌으며, 전국 주요 도시에서 유관순 선양대회 개최 등 4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어 제2부 서울역에서 서대문독립공원까지 약 3키로 도보 평화행진이 진행됐다. 연도엔 뒤늦게 일본인들의 행진임을 안 시민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약 1시간에 걸쳐 서대문독립문공원에 도착한 일행들은 곧이어 독립관 앞에서 마지막 제3부 유관순 열사 선양대회를 진행했다.
우다 에쯔꼬 주한일본인회 회장은 "이미 주한일본인회는 그간 매 10월 두번째 토요일 이곳 서대문독립문공원 내 독립관앞에서 순국선열 선양대회를 개최해 왔다."면서 "오늘 3.1운동 백주년 기념 선양대회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지역대회를 거친 가운데 오는 4월 1만명 대회를 개최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어 이철기 전천도교 교령도 "한국과 일본은 형제관계다. 유관순 열사가 보여준 애천 애인 애국 정신을 받들어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오늘의 선양대회가 더더욱 넓게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호성 전서울교대총장도 "3.1운동은 단순한 운동이 아닌 혁명이었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으로 분개한 의병운동 가운데 최익현 선생과 같은 순국선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교육자로서 한일간 역사를 참석자들에게 자상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참석자 소감에 나선 한 회원은 "한국에 시집온 26년동안 일제시대 분단 등 가슴아픈 한국사를 배우면서 일본의 책임을 알게됐다. 일본인의 한사람으로 진심으로 죄송하고, 따뜻히 받아준 한국인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한국을 고향으로 생각하며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한이 서린 옛서대문형무소가 소재한 독립문공원에 아름다운 일본인의 목소리로 '대한독립만세' 등 삼창이 성스럽게 울러퍼졌다.
한편 가족과 함께 산책 중 금번 행사를 목도한 서대문구 한 주민은 "우연히 행진대열이 일본인들임을 알고 놀랍고 감동스러웠다. 오늘의 이 작은 양심의 행동들이 분명 지금의 어려운 한일간 앙금을 푸는 밀알이 될 것을 소원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