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장 씨를 죽음의 길로 내몬 연예계의 검은 비리를 햇빛 속에 드러내 제거하기 위한 보도에 한층 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2009년 4월 24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한 49일간의 비방 공격' 중)
◇ [리뷰]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 '조선일보의 사주 지키기' 편& '언론이 외면한 죽음, 이유는' 편
'조선일보'가 고(故) 장자연 씨를 죽음으로 내몬 '연예계의 검은 비리'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지 10년이 지난 2019년이지만, 장자연 씨를 둘러싼 의혹 한 점조차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은 장자연 씨 사건에 연관된 정치, 언론, 경제 등의 '검은 그림자'가 진상규명을 덮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조선일보'라는 거대한 언론 권력의 그림자다.
지난 17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조선일보'라는 언론이 어떻게 사주의 일탈을 비호해 왔는지, 그리고 '조선일보' 일가와 관련된 죽음에 왜 언론은 침묵을 해왔는지 짚었다.
최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고 장자연 사건' 등 3건에 대해 조사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고 장자연 씨 사망 10주기인 올해, 장 씨의 동료 윤지오 씨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자연 씨 사건이 지금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의해 조사되고 있다는 것은 10년 전 과거에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무엇 하나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지난해 검찰이 장자연 씨 사건에 대해 재조사에 착수한 이후 장 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장 씨의 자필 유서 속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불리는 사주 일가를 보호하기 위해 '조선일보' 기자들이 직접 나섰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장 씨 사건에 대해 증언한 장 씨의 동료 윤지오 씨는 '조선일보'의 미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방 사장',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을 의미한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했다.
장자연 사건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수사를 총괄 지휘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MBC 'PD수첩' 제작진과의 인터뷰('고 장자연' 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선일보 측에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 달라. 협박을 했죠, 저한테…. 한 판 붙겠다는 거냐(고 하더라고요)."
'조선일보' 측은 압력에 대해서도, 장자연 사건 당시 사내에 대책반을 구성해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모두가 장 씨 사건의 진실도, 관련된 각종 의혹도 부인하고 침묵하는 사이 시간만 흘렀다. 사건도, 의혹도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다. 장자연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사건은 10년 전 그날에 머물러 있다.
의혹만 남긴 채로 남아 있는 죽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고 이미란 씨의 죽음과 이 씨에 대한 가족의 폭행을 둘러싼 의혹은 수차례 제기됐다. 그러나 이 씨의 죽음은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라는 말과 함께 역시 '의혹'으로만 남아 있다.
MBC 'PD수첩'이 지난 5일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을 통해 이미란 씨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재조명했다. '조선일보' 방상훈 동생의 사장이자 '조선일보' 지분 10.57%를 보유한 방용훈 사장. 방 사장이 얼음도끼를 들고 이미란 씨의 친언니 집을 찾아간 모습이 CCTV에 찍혔지만,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의 연출자 서정문 PD는 '전형적인 권력 봐주기 수사'라고 지적하며 "형사사법기관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라고 탄식했다.
두 사건 모두 공교롭게도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 장 씨의 유서에 언급된 방용훈 사장이 얽혀 있다. '조선일보'라는 거대 언론 권력의 일가인 방용훈 사장이 얽혀 있는 두 사람의 죽음에 의혹은 많지만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다. 공교롭게도 말이다.
그리고 두 사건 모두 사건 발생 당시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MBC 'PD수첩'이라는 언론이 '조선일보'라는 거대 언론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조명하며 다시 후폭풍이 일고 있다.
남은 건 2009년 이후, 2016년 이후 가려진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는 일이다. 언론이 덮었으니 언론이 다시 덮혀 있던 장막을 벗겨내고 사건을 규명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당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수사기관에 대한 감시도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야 한다. 그렇기에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도 이 기막힌 사건을 조명한 것 아닐까.
중요한 시기, 모든 언론은 다음의 당부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코 기자 정신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기자정신'에 충실해야 한다.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보도한다는 기자정신을 되새기면서…."(2019년 3월 5일 '조선일보' 창간 99주년 기념식,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기념사 중)
◇ [비평] 김윤덕 부장, 또 저널리즘토크쇼J 편향성 비판… 금품 수수 및 기사 거래 사과없는 언론의 초라함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부장이 전직 가수 정준영 등의 성범죄를 꺼내며 다시 지상파를 맹공했다.
김 부장은 지난해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를 비판한 적 있고 그의 부서에서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 보도가 연일 보도됐다.
조선일보에서 지상파에 가장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는 기자 가운데 하나다. 김 부장은 MBC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성주씨 누나다.
김 부장은 지난 16일자 칼럼(“정준영과 현실 권력에 면죄부 준 지상파”)에서 “가수 승리와 정준영의 ‘성 스캔들’은 지상파 방송의 또 다른 민낯”이라며 KBS ‘1박2일’, MBC ‘라디오스타’ 등 승리와 정준영이 출연했던 방송에 출연자 검증이 없었던 걸 비판했다.
칼럼에서 연예인 성범죄 의혹을 비판한 그는 칼끝을 KBS 시사 프로그램에 겨눴다. 그는 “‘낯선 재미’를 위해 정도를 벗어나 파격, 혹은 막장으로 가는 추세는 지상파 시사 프로도 다르지 않다”고 운을 뗐다.
창조의 자유, 그 위대함의 실현
그는 KBS 1TV ‘오늘밤 김제동’을 겨냥해 “KBS는 대통령과 친한 개그맨이 매일같이 나와 코미디도 시사도 아닌 ‘B급 감성’으로 정부 입장을 교묘히 대변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KBS ‘저널리즘토크쇼J’ 패널인 방송인 최욱씨에게 “저널리즘 비평을 표방한 프로엔 어린아이에게 ‘이명박이 더 나빠, 박근혜가 더 나빠?’라고 물으며 시시덕거리던 팟캐스터가 고정으로 나와 현 정부를 비판하는 출연자를 골리고 망신 준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교수에 대해서도 “언론학자 지분으로 앉아있는 사람의 선동적 발언은 도를 넘은 지 오래”라며 “기성 언론이 쌍욕과 희롱을 입에 달고 사는 팟캐스터들의 인기를 질투한다고 조롱하는가 하면, 유명 앵커의 교통사고 의혹을 보도한 언론들이 남의 불행을 기쁨으로 느끼는 악마 근성을 지녔다고 질타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지난달 쏟아낸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 보도를 미디어오늘, 저널리즘토크쇼J 등이 비판하고 나선 데 대해 김 부장은 “지상파와 좌파 성향 인터넷 매체들의 ‘협공’이 특히 흥미로웠다. 음모론의 진원인 일군의 좌파 온라인 매체들이 ‘조선일보, 무엇을 노렸나’ ‘조선일보가 빅 픽처를 그리고 있다’란 제목의 황당 소설을 쏟아내자 공영방송 KBS가 이를 그대로 따라 했다”고 비난했다.
김 부장은 ‘왜 지상파만 문제 삼느냐’는 비판에 “국민 혈세(血稅)로 전파를 쏘고, 월급 주고, 거액의 출연료까지 지급하는 방송이니 그렇다. 시장성보다 공정성, 권력 비판이란 본분에 누구보다 충실해야 할 언론이라 비판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부장은 ‘조선일보 역할’에 “‘정부가 잘하는 걸 잘한다고 말하는 게 왜 편향이냐’고 궤변을 늘어놓는 지상파로부터 경제 수렁, 안보 위협에 갈 길 잃은 국민을 구해내는 것이 정상(正常) 언론이 그려야 할 ‘큰 그림’”이라며 “지상파가 일방으로 권력 편만 들지 않았어도 나라가 이 지경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칼럼을 읽어보면 정준영의 성범죄를 비판 사례로 들었지만 진짜 하고픈 말은 KBS 시사 프로그램 비판·비난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런 미디어비평은 앞으로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권력 유착에 닳고 닳은 자사 기자들의 금품 수수 및 인사·기사 거래 의혹이 로비스트 박수환(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문자에서 드러났는데도 조선일보에선 어떠한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침묵하고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언론인 179명 가운데 조선일보 소속은 35명이다. 이 중 8명이 박수환에게 금품 등 각종 편익을 제공받은 사실이 ‘박수환 문자’로 확인됐다. 돈과 기사를 거래한 것이다. 기본 중 기본인 ‘언론 윤리’를 상실한 언론이 타 언론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데 동의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