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구속됐다. 혐의는 변호사법 위반, 인천의 사업가 Y씨 등에게 정관계 로비 명목으로 모두 1억 3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2월 7일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도주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검찰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우진 전 서장은 윤대진 검사장(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친형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이른바 ‘변호사 소개 의혹’의 당사자다.
윤우진 전 서장의 변호사법 위반 의혹은 지난 7월 뉴스타파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사업가 Y씨와의 인터뷰, 지난해 11월 Y씨가 검찰에 낸 진정서 등을 통해 윤 전 서장의 ‘정관계 로비, 스폰서’ 의혹을 네 번에 걸쳐 보도한 바 있다.
검찰, 뉴스타파 ‘윤우진 회유 동영상’ 공개 직후 특수부 투입
윤 전 서장의 ‘정관계 로비, 스폰서 의혹’ 수사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11월 사업가 Y씨가 윤 전 서장의 ‘정관계 로비, 스폰서 의혹’을 담은 진정서를 냈지만 검찰은 즉각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진정인 조사만 두 번 진행한 뒤 차일피일 수사를 미뤘다. Y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윤 전 서장과 가까운 전현직 검사들의 비리의혹을 진술하자 수사가 중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Y씨는 올해 5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윤우진 전 서장 소개로 만난 전현직 검사 3명에게 밥을 샀다는 사실을 진술한 뒤 검찰이 사실상 수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했었다.
검찰이 윤 전 서장의 각종 비리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지난 8월 12일 뉴스타파가 윤우진 전 서장의 소위 ‘피해자 회유 동영상’을 공개한 이후다. 윤 전 서장이 자신의 비리를 검찰에 진정한 사업가 Y씨를 찾아가 1억 원이 넘는 수표를 건네며 회유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힌 영상이었다. 뉴스타파는 지난 5월 사업가 Y씨의 협조를 받아 이 영상을 촬영했다.
영상이 공개된 직후 서울중앙지검은 형사 13부에 배당돼 있던 사업가 Y씨의 진정사건을 떼내 특수수사 부서인 반부패 강력 수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나섰다. 최근까지 Y씨를 10번 가까이 불러 조사했고 Y씨와 윤 전 서장 사이의 돈거래를 확인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계좌추적을 진행했다. 지난달에는 Y씨와 윤 전 서장을 불러 대질신문도 진행했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Y씨가 윤 전 서장의 측근 최모(구속) 씨에게 건넨 4억 3000만 원 상당의 로비자금 중 1억 원이 윤 전 서장 측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1월 Y씨가 검찰에 불려가 작성한 진술조서에는 윤우진 전 서장이 정관계 로비자금 1억 원을 받아간 과정이 구체적으로 들어 있다.
아래는 지난해 11월 12일 Y씨의 검찰 진술 조서 중 일부.
- 대관비용을 언제 주었나요.
“제가 계좌로 인출한 수표번호도 있고, 확인해 보니까 2018.1.30. 입니다. 그 날 영종도에 있는 불상의 오리고기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제가 승용차로 가서 내려서 미리 준비한 1억권 자기앞수표 1장이 든 봉투를 (윤우진 최측근) 최OO에게 건네주었고, 식당 안에서 3명이서 밥을 먹고 나서 최OO이 저보고 나가 있으라고 해서 제가 일어나 가는데 최OO이 봉투를 꺼내어 윤우진에게 주었습니다.”
- 일어서 돌아서는데 주었다는 것인가요.
“아니요. 제가 출입문으로 가려면 윤우진을 마주보고 윤우진 뒤 출입문을 통해서 나가야 했는데, 채 탁자를 벗어나기 전에 윤우진에게 봉투를 주었습니다.”
- 최OO이 진정인(Y씨)으로부터 받은 봉투를 그대로 주던가요.
“예, 당시 농협은행이 쓰던 노란색 봉투 그대로 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진정인 Y씨 검찰 진술조서 (2020.11.12)
윤우진, 사업가 Y씨 등에게서 1억 3000만 원 로비자금 받은 혐의
지난 10월 19일 검찰은 윤우진 전 서장의 최측근으로 사업가 Y씨 등으로부터 정관계 로비 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낚시터 운영업자 최모 씨를 구속기소했다. 최 씨는 윤우진 전 서장 사건의 시발점이었던 ‘2012년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도 깊숙이 관련돼 있는 인물이다. 2012년 윤우진 전 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도중 해외로 달아나 8개월 가량 태국, 캄보디아 등을 떠돌때 윤 전 서장과 함께 도피행각을 벌였다.
낚시터 운영업자 최모 씨의 체포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윤 전 서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된 지난 8월, 최 씨는 돌연 잠적해 두 달 넘게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최 씨는 지난 9월 30일 춘천 소양강댐 인근에서 체포됐다.
최 씨는 Y씨에게 4억 3000만 원이 넘는 정관계 로비자금을 받아간 것 외에도 또 다른 사업가에게 2억 원을 받아 챙긴 사실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최 씨가 인천 영종도 등지에서 벌인 각종 부동산 관련 사업에 윤우진 전 서장이 전방위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전 서장은 지난 8월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선 뒤에도 피해자를 회유, 협박하는 행태를 멈추지 않았다. 진정인 Y씨 주변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합의를 종용하는 한편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Y씨의 탈세 혐의를 국세청 등에 고발하겠다”는 식으로 Y씨를 협박한 걸로 전해진다. Y씨는 지난 5개월간 여러차례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때마다 ‘윤 전 서장이 자신의 주변 인사들을 찾아가 회유 협박한 사실’을 증언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취재과정에서 윤우진 전 서장이 진정인 Y씨를 어떻게 괴롭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도 확인했다. 지난 9월 4일 Y씨의 지인인 종교인 A씨가 검찰에 낸 확인서다. 3쪽 분량의 이 확인서에는 "윤 전 서장이 찾아와 Y씨와 5억 원에 합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종용했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아래는 종교인 A씨가 직접 작성한 확인서 내용 중 일부. (괄호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적은 것)
5억 원에 합의와 진정서 취소와 향후 어떠한 보도를 안 하는 조건으로 설득해서...윤우진은 하루에도 몇번씩 밤늦게도 전화를 해서 어떤 식으로라도 (진정인 Y씨와) 합의를 봐주게끔 본인(종교인 A씨)에게 부탁을 했다. OOO(Y씨)는 만남을 거절하고 윤우진과는 절대로 합의할 의사가 없다고 해서 저(종교인 A씨)로서는 그렇게 알고 있을 뿐입니다.
종교인 A 씨 확인서 (2021.9.4)
“윤우진, 검찰 수사 중에도 합의 요구하며 회유 협박” (사업가 Y씨)
그 동안 검찰은 윤우진 전 서장을 투트랙으로 수사해 왔다. 뉴스타파 보도로 촉발된 '정관계 로비, 스폰서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강력 수사1부가 맡았고, 2015년 검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던 ‘2012년 윤우진 뇌물수수 의혹’ 사건 재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가 담당해 왔다.
‘2012년 윤우진 뇌물수수 의혹’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관련돼 있다. 의혹은 총 3가지다. 첫째, 2012년 경찰 수사 과정에서 대검 중수부 검사 출신인 이남석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이던 윤우진 전 서장에게 소개한 의혹(변호사법 위반 의혹). 둘째, 윤우진 전 서장이 2010~2011년경 서울 마장동의 육류수입업자 김모 씨 등에게서 받아 챙긴 수천만 원대 골프비 등 뇌물을 나눠 썼다는 의혹(뇌물사건 공범 의혹). 셋째, 부장검사라는 직분을 이용해 윤우진 뇌물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는가 하는 의혹(직권남용 등 의혹)이다.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발장을 냈고, 지난해 10월 추미애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조만간 ‘2012년 윤우진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놓을 전망이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 13부는 지난달 26일 윤우진 전 서장을 불러 조사한 바 있다. [=뉴스타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