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청주국제공항과 공군 17전투비행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저녁 9시쯤 지역의 한 중소기업 대표인 이모(57, 여)씨가 승용차로 청주공항 활주로에 진입했다.
10여분 동안 활주로를 내달리던 차량은 활주로를 역주행하는 과정에서 타이어가 펑크난 뒤에야 멈춰 섰다.
이를 확인한 관제탑이 견인차로 차량을 퇴거 조치했고, 곧바로 항공기 이·착륙이 통제되면서 다행히 대형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민간 항공기 4대가 길게는 15분에서 짧게는 5분 가량 지연 이·착륙하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군 당국은 이씨가 공군 17전투비행단의 부대 내 행사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하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주공항은 17전투비행단과 활주로를 함께 사용하는 민군 겸용 공항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당시 이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길을 잃어 활주로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해 이씨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7전투비행단은 이날 지역 경제관련 기관·단체장이 주축이 돼 정·관계와 학계 주요 인사 등 30여명이 참석하는 친선 모임을 가졌다.
이들에게는 낮부터 부대 체력단련장(골프장)에서 라운드 기회가 제공됐다.
군 장병들을 위해 주말에는 체력단련장을 민간인들에게 개방하지 않고 있지만 이날 만큼은 예외였다.
또 행사 뒤 만찬 장소로 식당이 아닌 비행단장의 공관 앞 마당을 내줬고, 일부 병사가 동원돼 접대하는 술자리까지 벌어졌다.
한 참석자는 전화 통화에서 "병사들이 고기와 전복을 구워 안주로 날랐고, 술은 막걸리와 소주, 폭탄주가 오갔다"고 말했다.
이 부대의 비행단장은 당일 정오쯤 시작한 라운드에 잠시 모습을 비췄다 자리를 뜬 뒤 이후 만찬을 주도했다.
만찬이 끝난 뒤 당시 운전사와 함께 오지 않았던 10여명의 다른 참석자들은 대리기사를 불렀지만 문제의 여성은 홀로 운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당시 활주로 진입로 초소를 지키던 병사가 단 한 명에 불과해 이 여성의 활주로 진입을 막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대해 부대 측은 "민간단체 요청에 의해 이뤄진 행사로 부대 측이 주최한 행사는 아니었다"며 "공관 정원도 특별한 장소가 아닌 부대원들에게 자유롭게 개방된 곳"이라고 해명했다.
또 "당시 이씨의 운행 경로는 차량이 다니지 못하는 곳으로 초병이 안내를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며 "민간인이 부대 내에서 길을 잃어 벌어진 우발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군 당국은 감찰을 통해 정확한 경위와 문제점 등을 파악한 뒤 징계 대상과 개선 대책 등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