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사면 자동차와 50돈짜리 황금 열쇠를 공짜로 준다. 요즘은 별로 믿기지 않는 말이지만 불과 2~3년전만 해도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들마다 대대적으로 광고하던 문구였다.
당시 부동산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분양업체들이 대규모 미분양 아파트를 털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내세운 전략이었다. 여기에 분양가의 30~40% 할인분양과 함께 2~3년간 직접 살아본 후 구매를 결정하는 '애프터리빙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일산신도시 부동산시장이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서울 삼성역과 킨텍스를 연결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착공이 확정되고 킨텍스 주변에 복합테마파크인 'K컬처밸리' 사업이 탄력을 받는 등 각종 개발호재에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말 분양에 나섰던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 도시개발구역 '킨텍스 원시티'(2208가구)의 분양가는 일산신도시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3.3㎡당 평균 1500만원을 넘어섰다. 132㎡의 분양가가 10억7300만원~11억원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1순위 청약에서 1만185명이 청약을 신청해 평균 5.2대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마감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면적이 큰 148㎡ 펜트하우스 경쟁률이 32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 오피스텔 청약에서도 평균 43.3대 1, 최고 1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킨텍스 원시티 분양관계자는 "GTX 킨텍스역, 한류월드 등 높은 미래 가치에다 일산신도시 구도심에선 새 아파트가 들어서기 힘든 구조라 높게 평가받고 있다"며 "청약이 끝났는데도 모델하우스를 찾아오는 고객들이 꾸준하다"고 귀띔했다.
'준공 25년' 일산신도시…고점 대비 '반값' 아파트 즐비
서울 도심에서 서북쪽 20km 지점에 위치한 일산신도시는 주택 공급을 통한 부동산 가격의 안정과 투기 열풍 해소 등 수도권의 기능 분담을 목적으로 건설된 수도권의 1기 신도시(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가운데 하나다.
자급자족의 기능을 갖춘 수도권 서부의 중심도시로 1992년 12월에 준공됐으니 어느덧 25년의 시간이 지났다. 아파트 역시 노후화돼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도 생겨났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베드타운'으로 각광받으며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올라 2006년 평균 매매가가 3.3㎡당 1373만원에 달했다. 이에 2007년 하반기 일산동구 식사지구, 일산서구 덕이지구 등 새롭게 생긴 택지지구에 공급한 단지들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400만원 후반대로 책정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로 촉발된 부동산시장 침체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30~40%에 이르는 할인 분양과 시공사 도산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2013년엔 일산신도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3.3㎡당 995만원까지 내려갔다.
아파트 사면 자동차 주던 '일산', 봄과 함께 달라졌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고양시 장항동 '럭키롯데호수4단지' 134㎡의 경우 2007년 13억원에 거래됐으나 2009년 10억원으로 떨어졌고 올해초 5억4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최고가 대비 반값도 안되는 가격으로 떨어진 것이다.
개발호재 날개 달고 '훨훨'…"지역별 격차 심할 것"
이런 일산신도시가 봄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현재 일산신도시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1063만원으로, 2013년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이유는 GTX 착공 등 각종 개발 호재가 최근 들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지난 20일 정부와 CJ그룹은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한류월드 부지에서 'K컬쳐밸리' 기공식을 가졌다. 사업비 1조4000억원, 경제효과만 5년간 8조7420억원 규모의 한류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신개념 복합테마파크로, 10여년간 답보상태에 있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엔 국토부가 고양시에 함께 장항동 일원에 약 145만㎡ 규모의 개발 계획도 발표했다. 예술대학 유치와 함께 약 22만㎡에 이르는 자족시설용지엔 방송·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청년지식산업센터, 청년창업지원센터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고양시의 부족한 일자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일산호수공원 인근에 남해의 독일마을 등에서 착안한 타운하우스 형태의 재외동포타운도 조성돼 성공한 해외동포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함은 물론 고양시 전체에 이국적 풍경을 더할 방침이다.
고양시 주택시장 지도를 바꿀 교통망도 추진되고 있다. 서울 삼성역~일산 킨텍스를 오가는 GTX A 노선이 2022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다음달 확정되는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용산~신사~삼송)이 검토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아파트 공급이 뜸했던 일산신도시에 오는 2020년까지 약 3만여 가구가 분양된다. 킨텍스 인근 한류월드부지뿐 아니라 식사2지구와 덕은지구 등도 새롭게 탄력을 받고 있다. 식사2지구에선 시행사 DSD삼호가 GS건설과 손잡고 28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연내 공급한다. 총 4706가구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덕은 구역 역시 연내 기반공사 착공이 예정돼 있다.
고양시의 마지막 공공주택지구인 향동·지축지구 개발도 본 궤도에 올랐다. 서울 상암DMC와 차로 5분 거리인 향동지구에서는 오는 5월 계룡건설이 아파트 969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또 지축지구도 내년 중순부터 민간 아파트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여러 개발 호재가 고양시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지만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킨텍스 주변이나 서울과 가까운 고양 삼송·원흥지구 등이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일산신도시 가운데서도 서울 인접 지역이나 GTX, 신분당선 노선에 가까운 곳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도심 광화문과 상암DMC 등에 업무 기능이 강화된 것도 출·퇴근이 편리한 서울 인접 단지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