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NH농협은행(농협)이 관광레저 기업인 리솜리조트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곳은 앞서 농협이 부당하게 대출을 내줬다는 의혹을 받았던 회사다. 이 때문에 농협은 지난해 검찰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농협이 그런 리솜리조트를 품에 안은 것은 미수된 대출금을 돌려받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실상 대출금 회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솜리조트가 수년째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는데다, 수백억원 규모의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어서다. 농협으로선 리솜리조트에 내준 1000억원대의 미수금을 고스란히 부실로 떠안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농협 내부서도 문제 제기한 무차별적 대출
농협이 리솜리조트에 처음 대출을 한 것은2005년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농협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때부터 2007년까지 농협은 리솜리조트 안면도 사업장에 430억원을 내줬다. 연도별로 보면, △2005년 50억원 △2006년 80억원 △2007년 300억원 등이었다. 리솜리조트는 분양수입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업 완료 이후에도 대출금 대부분을 상환하지 않았다. 대신 안면도 사업장을 담보로 추가대출을 요청했다. 제천 사업장에 투자한다는 명목에서였다.
문제는 안면도 사업장의 경우, 분양이 95% 이상 완료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분양권자가 선순위 채권자여서 금융기관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사실상 담보가치가 전무한 셈이다. 그럼에도 농협은 안면도 사업장의 외형상 가치만 평가해 2008년 1차로 250억원, 2010년 2차로 90억원의 추가대출을 승인했다. 이로 인해 당시 농협 여신심사부 내에서도 대출의 적정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2011년 제천 사업장에 대한 추가대출 과정에서다. 이때 리솜리조트는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였다. 따라서 추가대출 심사는 여신심사부가 아닌 구조개선부가 담당해야 했다. 당시 구조개선부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여신심사부 내에서도 우려는 나왔다. 2011년 7월 대출을 위해 작성된 심사자료 가운데 ‘사업위험분석’을 보면, 한 심사위원은 “선순위 분양권에 의한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신심사부는 3차로 200억원 규모의 대출을 강행했다.
이처럼 부당한 대출이 계속되자 내부 고발이 진행되기도 했다. 2012년 초 농협의 한 직원은 리솜리조트에 부당하게 대출이 진행됐다는 취지로 내부 감사실에 감사를 요청했다. 해당 직원은 △분양이 완료된 리조트를 담보로 삼은 점 △규정상 명시된 리조트 담보비율이 30%임에도 70%대로 상향한 점 △근거 없이 담보가치를 220억원으로 책정한 점 △농협 고위 관계자가 대출에 압력을 행사한 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감사실에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으며, 농협도 이런 문제 제기에 아랑곳 않고 2012년 4차로 제천 사업장에 280억원을 더 대출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농협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정상적인 대출’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검찰수사 결과는 달랐다. 수백억원대 사기 대출과 횡령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이로 인해 신상수 리솜리조트 회장과 서환석 리솜리조트 대표는 올 6월, 징역 8년과 5년을 각각 선고받고 구속됐다. 농협도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검찰의 칼날을 피해 갔다. 농협 고위층이 연루된 정황도 제기됐지만, 의혹에 그쳤다. 또 대출에 관여한 직원들 역시 사법처리는커녕 내부 징계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수사는 끝났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았다. 대출금의 회수다. 농협이 그동안 리솜리조트에 내준 총 대출금은 1649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상환된 금액은 232억원에 불과했다. 결국 1400억원 이상이 미수금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검찰수사 당시까지만 해도 농협은 대출금 회수에 자신감을 보였다. 담보로 잡은 리조트의 감정평가액이 3500억원 규모인데, 경매가율 70%를 적용해 2450억원을 회수 가능 금액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농협은 분양권자가 아닌 금융기관을 선순위 채권자로 인정한 판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대출금 회수는 분양권자들과의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농협은 회수 방식을 전환했다. 기업을 정상화시킨 뒤 자산매각이나 분양수입금 등을 통해 대출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올 4월 리솜리조트와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를 꾸리기도 했다. 그리고 대출금 가운데 20억2000만원을 출자전환해 리솜리조트 지분 67.2%를 매입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리솜리조트는 농협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농협 “회사 살리기 위한 논의 진행 중”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대출금 회수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리솜리조트의 재무상황이 극도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2015년 말 현재 이 회사의 유동부채는 1548억원으로, 유동자산(291억원)보다 1257억원이나 많다. 또 총자산은 3077억원인데, 총부채가 3910억원으로 833억원을 초과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이에 리솜리조트에 대한 회계감사를 담당한 세림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리솜리조트는 2012년부터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영업손실 84억원-당기순손실 20억원 △2013년 188억원-289억원 △2014년 231억원-231억원 △2015년 203억원-504억원 등이다. 농협은 경영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다른 리조트업체 고위급 직원들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그러잖아도 농협은 최근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극심한 업황 부진을 앓고 있는 조선·해운업계에 내준 수조원대의 대출이 부실화될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농협은 올해 상반기 3290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리솜리조트에 나간 대출마저 부실로 전락할 경우 농협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협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에 검찰수사가 겹치면서 리솜리조트의 경영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제 막 정상화 위원회가 구성돼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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