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4일 집회에서 물대포에 맞아 투병 끝에 숨진 고(故) 백남기씨에 대한 시신 부검영장 강제집행에 나선 경찰이 유족의 반발로 철수했다. 그러나 한발 물러난 경찰의 강제집행 가능성은 열어둬 충돌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23일오전 10시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부검영장 강제 집행 예정시간에 맞춰 사복 경찰을 이끌고 유족과 협의를 위해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에 경찰은 부검영장 집행 관련해 현장에 형사 80여명을 투입했고 우발 상황에 대비해 경비경력 10개 중대 800여명을 배치했다.
앞서 경찰은 백 씨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만나 유족이 직접 경찰과 만나 부검 반대 의사를 전하면 오늘은 강제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백 씨의 딸 백도라지 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은 유족을 만나기만 해도 협의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법률 대리인을 통해서만 대화하겠다"며 경찰 요청을 거부했다.
한편 경찰의 장례식장 진입을 막기위해 시민과 백남기 투쟁본부 측 3백여 명과 야당 의원 등이 진입을 막아섰다. 이날 오전 11시쯤에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등이 집회를 열고 "살인경찰 물러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백 씨 유족측 이정일 변호사와 백남기 투쟁본부 측은 경찰의 집행방침을 확인 뒤 부검영장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고 경찰은 "유족을 만나 제시하겠다"고 맞섰다. 투쟁본부의 "경찰은 장례식장에 한발짝도 들어올 수 없다"는 유족 측과 맞서다, 결국 낮 12시쯤 천막에서 유족 측 대리인과 경찰이 협의를 시작했다.
이후 30분여동안 협의 후 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백남기씨의 큰딸 도라지씨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까지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만나고 싶겠냐"며 "만나기만 해도 부검영장 집행을 협의했다고 명분을 쌓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찰과는 절대 만나지 않겠다"며 "모든 접촉은 법률대리인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유족을 만나 충분히 협의하려 했으나 언론을 통해 유족 입장을 명시적으로 재확인하고 유족 의사를 존중해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또한 "남은 기간 영장 집행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홍 서장은 "아직 만기까지 이틀이 남아있으므로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검영장 효력 만료 시점은 25일 이므로 경찰의 집행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홍 서장은 유족이 대리인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도 명시적인 의사확인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지 않고 오후 1시15분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떠났다.
앞서 경찰은 백씨가 숨진 이후 정확한 사인규명이 필요하다며 부검영장을 신청했다. 부검영장은 법원에서 한차례 기각된 끝에 부검 장소와 절차 등에 대해 유족과 협의한다는 조건으로 지난달 29일 발부돼 최근까지 6차례 걸쳐 백 씨 유족 등에게 협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물대포 살수'라는 사인이 명백한 만큼 부검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굳이 부검을 하려는 이유는 사인을 다른 이유로 몰고 가려는 저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천호 기자, tyche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