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가을비
거기에도 처연하게 혹은
아무렇지도 않게
가을 비 내리려나
모스크바도 북경도
요즘 아무 소식 없어
너무나 평온한 것이
참 괴이쩍기도 해라
서울은 이리도 시끌법석인데
거기에도 음악처럼 혹은
바람에 나부끼는 바람처럼
가을 비는 춤추는듯 내리려나
워싱톤도 런던도
태평양 대서양처럼
요즘 너무나 고요한 것이
참 신기하기도해라
서울은 이리도 뜨거운데
알 수 없어라
지구가 너무 뜨거워
뿌리도 뜨거워
잎새 다 떨구고 발가벗는 계절에
그대와 나는 다만
가을에 비에 젖어라
뜨거운 뿌리 식히며
마주 서서 마냥 온몸 적셔라.
ㅡ산경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