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4)
뼈 뿌리마저 시린 계절
더는 가리고 숨길 수 없어
치욕스러울지라도
가야만 하는 길
차라리 알몸의 자유로 가리라고
마지막 잎새마저 벗고보니
먼듯 가까운듯 닿을 수는 없는
너와 나 사이에
수북히 쌓인 저 잎새들
모진 바람에 솟구쳐
거리를 뒤덮는
아우성인가, 함성인가
늘 그랬듯이 오늘도
침묵하는 저 검은 하늘 아래
꼼짝없이 마주선 채
비로소 누리는 혹독한 자유
이제 곧 닥쳐올
또 하나의 계절을 예감하며
고요히 꿈꾸노니
그대 내 안에
나 그대 안에 있네.
ㅡ산경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