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허엽 기자]지난 1991년 논란이 제기된 후 25년간 지속되면서 ‘위작 스캔들’로 남아있는 고(故) 천경자 화백 작품 ‘미인도’에 대해 검찰이 ‘진품’이라고 결론냈다.
당초 궁금증을 증폭시킨 미인도의 원소장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을 일으킨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는 19일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씨가 “미인도가 가짜임에도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면서, 고소.고발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을 무혐의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 1명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논란이 된 미인도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안목감정은 물론 X선.원적외선·컴퓨터 영상분석.DNA 분석 등 과학감정 기법을 총동원한 결과,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법이 미인도에 그대로 구현됐다고 판단했다.
육안으로는 잘 관찰되지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 ‘꽃잎’ ‘나비’ 등 천 화백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미인도에서 나타나는 점도 주요 근거로 삼았다.
검찰은 이는 수없이 수정과 덧칠을 반복해 작품 밀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천 화백의 독특한 채색기법도 판단 잣대로, 덧칠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그림 밑층에 다른 밑그림이 나타난다. 이는 천 화백의 ‘청춘의 문’(68년작)에서도 동일하게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의 안목감정에서도 진품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검찰은 미인도의 유통 경로의 출발점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에 의하면, 1977년 천 화백이 중앙정보부 간부에게 미인도를 비롯한 그림 2점을 선물했고 이 간부의 처가 대학 동문인 김재규 부장의 처에게 미인도를 선물했다. 이어 김 부장은 1980년 5월 당시 신군부 계엄사령부 산하 기부재산처리위원회에 미인도를 헌납했고, 다시 재무부와 문화공보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최종 이관됐다고 덧붙였다.
허엽 기자, newsfreezon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