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 사노라니
찬 바람 덜컹거려도
어스럼 저녁
귀갓길 발걸음이 무겁지 않은 까닭은
하늘 바다 속으로
고요히 사라지는 산이
너른 품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하루가 어떠하였냐고
묻는 법 없이 다만
깊은 꿈자리를 펼쳐주는 산.
찬 바람 덜컹대는
숨가쁜 깨침의 순간
아득한 하루가 힘겨운듯 열려도
가슴이 뛰는 까닭은
새벽빛 속에서
어김없이 부활하는
산이 등을 떠밀어주기 때문이다.
어쩌냐고 물으면 산은
바다로 흘러가는
강이 되라 한다.
ㅡ산경 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