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의 설국에서
정유년의 설 이튼 날에
종일토록 쏟아지는 눈
아침에 산에 오를 때
부픈 가슴에 나리더니
고이 쌓여 썩어가는
낙엽 위에도 나리고
미끄러운 하산길
열 두번 뒤바뀌는 발길에도
하염없이 나리네
멀리 가까이
일체의 변덕을 덮고 녹여주는
저 하늘의 은총인가
어떤 땅이더냐
어떤 족속이더냐
아무 경계없이
나리고 나려 평정한 눈의 한 세상
봉우리마다 골목마다
뽀드득 뽀드득 밟히는
너와 나, 우리의 설국에서
다 버리고
다 잊으라고
그래야 새로운 세상이라고
오, 오지게 푸근하게
나리고 나려 쌓이는
정초의 눈이여.
ㅡ산경 1.29(음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