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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증후군 없는 명절 보내기..
문화

명절증후군 없는 명절 보내기

허 엽 기자 입력 2015/02/18 09:44

기차표 대신 공연표로 문화생활… 본가 방문·성묘 미리 끝내고

호텔서 연휴 보내는 젊은 부부 등 자발적 귀향 포기자 늘어나

[연합통신넷= 허엽기자]  명절 '가족 통합 기능' 약해지며, 갈수록 의례 아닌 휴일로 인식
 


개인명절

#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김수민(28ㆍ여)씨는 설을 앞두고 고향인 경남 남해로 내려가는 기차표 대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티켓을 구매했다. 차표를 사려면 한 달 전부터 ‘예매 전쟁’을 치러야 했지만, 표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 일찌감치 포기했다. ‘나 홀로 명절 나기’가 외로울 법도 했지만 김씨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집에 가봐야 친척들로부터 ‘언제 결혼하느냐’는 잔소리에 편히 쉬지도 못한다”며 “평소 보고 싶었던 공연을 보면서 설을 보내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 최은지(30ㆍ여)씨 부부가 이번 설에 떡국을 먹으며 새해 소망을 비는 곳은 고향집이 아닌 서울에 있는 호텔 레스토랑이다. 최씨 부부는 이미 지난 주말 부산에 있는 본가를 방문하고, 성묘도 끝냈다. 최씨는 “5년 전부터 호텔에서 쉬면서 설을 보내고 있는데 ‘명절 후유증’ 없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도심에서 문화 생활을 즐기는 ‘자발적 귀향 포기자’들이 늘고 있다. 개인의 삶의 질을 추구하는 풍토가 자리잡으면서 ‘의례(儀禮)’ 역할을 해왔던 명절이 ‘빨간날(휴일)’로 급속히 변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기간 뮤지컬, 연극 등 공연 대부분은 10~40%의 ‘설 특별 할인’을 하고 있다. 최고 15만원(VIP석 기준)에 달하는 좌석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이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로 꼽힌다. 명절을 겨냥해 출시되는 도심 속 호텔숙박 상품들도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이다. 서울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해외여행은 준비 과정 등에서 부담이 커 호텔에서 편안하게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정상 가격에서 40% 가량 할인된 가격에 숙박 상품이 나와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느긋하게 도심 속 여유 즐기기를 내심 기대했던 귀향 포기족에게도 걱정은 있다. 설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과 겹치면서 ‘요우커(游客ㆍ중국인 관광객)’들의 도심 점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연휴기간 지난해보다 약 30% 증가한 12만6,000여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학생 유은영(26ㆍ여)씨는 “요우커들은 한적한 도시를 기대하고 서울에 남은 사람들에게 유일한 경쟁 상대”라고 말했다.
 

물론 취업 준비 등으로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비자발적 귀향 포기자’들도 여전히 많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서울 신촌에 있는 스터디 카페에서 토익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성모(27)씨는 “취업 준비생 신분이라 눈치가 보여 지난 추석 때도 경남 창원에 있는 본가에 내려가지 못했다”며 “가족들 얼굴을 보고 싶지만 취업 때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민모(26)씨도 “설에 공부 모임이 있어 서울에 머물 예정이다. 그래도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들과 함께 지내면 덜 적적할 것 같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렇게 달라진 세밑 풍경은 가족 가치관의 변화, 청년실업 등으로 인한 개인주의의 확산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명절은 규범과 규제의 속성을 띠면서 가족통합의 역할을 해왔지만, 산업화로 가족 단위가 변하면서 기능이 약화됐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현상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의 대명절 설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매년 명절 전후로 부부 싸움과 이혼 접수가 크게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명절로 인해서 평소 갈등을 겪던 부부 관계에도 위기가 찾아온다고 하는데,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설 명절 직후인 2월과 3월에 이혼 접수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소위 ‘명절이혼’이라는 말까지 있을 만큼 명절 후의 부부 관계 위기는 간단히 넘길 문제만은 아니다. 상담 사례에서 보면 그동안의 부부 관계 불만과 갈등이 명절 전후로 증폭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명절 몇 주전부터 상담 신청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고부 갈등 등 가족 관계 문제로 평소 불만과 부부 싸움이 극심해지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명절증후군’이다. 명절 동안 시댁에서 쌓인 불만 때문에, 부부가 명절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말다툼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날 정도로 심각한 경우도 많다.




 어떻게 하면 명절 후유증을 줄일 수 있을까?

남편의 자세

1 남편이 시어머니의 간섭을 막아주자.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지나치게 간섭하면 막고, 아내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 가사 분담을 실천하고, 시댁과 처가를 동등하게 대하자.(용돈, 선물, 방문시간 등)
3 아내에 대해 관심을 표현하고 격려하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특수한 가족문화인 고부 갈등 사이에서 남편들은 ‘정치력’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최근에는 처갓집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사위와 장모 간의 ‘장서 갈등’이 부부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통적인 혈연 중심의 결혼, 가족제도로 인한 문제이므로 자녀가 출가한 이후에는 지나친 과보호나 관여를 자제해야 한다.
 

 장서 갈등의 해법은?

1 장모는 반드시 딸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라. 사위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딸을 통해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2 아내는 남편에 대한 칭찬과 신뢰를 표하자.
3 다른 이와 비교하지 말자. 가족 전문가로서 희망적인 것은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미래 가족제도의 변화를 예측한 것처럼 핵가족 추세, 결혼제도, 가족제도의 결속력 약화로 머지않아 부부 중심 사회가 되어 명절증후군 문제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가족 전문가인 필자는 부부 싸움에는 승자와 패자가 없으며,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본다. 따라서 행복한 부부가 되어 살고 싶다면 상대의 차이와 단점을 인정하고 조화와 양보가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부부 상담 사례에서 제3자의 개입으로 문제가 악화되거나 나아가 이혼까지 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아내와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처가 식구와 장모의 영향력(장서 갈등)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는 남편들도 많다.만약 배우자가 남들과 다투고 있다면, 설령 자기 배우자가 잘못했을지라도 무조건 내 남편, 내 아내의 편을 들어야 한다. 시시비비는 나중에 집에서 이야기하면 된다. 처갓집, 시댁, 고부 갈등, 장서 갈등, 대인 관계, 자녀문제 등 어떠한 경우라도 부부는 한 팀이 되어야 한다. 부부가 연합군이 되어 팀워크를 발휘한다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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