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매매가 차이 1천만원 불과하기도…'깡통 전세' 우려
[연합통신넷= 김응도기자] 최근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수도권은 물론 서울에서도 실 계약기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를 넘어 100%에 유박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전세 주택이 '귀하신 몸'이 되면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불과 900만∼1천만원에 그친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종암동 종암SK 아파트 전용면적 59㎡의 경우 전세 보증금이 지난달 6일 최고 2억4천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말까지 이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2억원 안팎이었으나 4천만원 높은 값에 계약이 된 것이다.
이에 비해 지난달 이 아파트의 매매 실거래가격은 2억4천900만원으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900만원에 불과했다.
전세가격에다 900만원만 더 보태면(취득세·등기비 등 제외) 해당 아파트를 아예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전세가율도 96.4%로 지난달 성북구의 평균 전세가율(73.4%)을 크게 웃돌았다.
이 아파트는 1월9일에 또다른 전세가 2억3천500만원에 계약되기도 했다.
성북구 종암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는 주택형별로 하나 구하기도 어려워 대기수요가 줄을 섰다"며 "수요는 많은데 물건이 없다보니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고, 이로 인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고가 전세 계약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이주 등으로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강동구의 경우 암사동 선사현대 전용 59㎡ 전세가 지난달 초 최고 3억3천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달 매매 물건이 3억4천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해 1천만원 싼 것이다. 해당 주택의 전세가율은 97%로 강동구 평균 전세가율(62.3%)과 34%포인트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또다른 매매 실거래가격인 3억7천만원에 비교해도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암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전세가 품귀현상을 빚다보니 가격이 저렴하게 나온 매매 물건의 경우 전셋값에 1천만∼2천만원만 더 주면 집을 살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세입자 가운데 일부는 견디다 못해 모자라는 금액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길음1차 전용 59㎡는 지난달 6일과 14일 각각 2억9천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지난달 팔린 매매가 3억1천650만원의 91.6% 선이다.
경기도에서는 아예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경우도 있다.
화성시 병점동 한신아파트 전용 60㎡는 지난달 거래된 전세가가 최고 1억7천만원으로, 역시 같은 달 거래된 매매가격(1억6천900만원) 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전셋값이 매매가격와 맞먹을 정도로 치솟은 것은 전세 물건이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물건 자체가 없다보니 월세 시세와 별개로 전셋값만 천정부지로 뛰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70.2%로 199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 전세가율은 서울이 평균 66.1%, 경기도가 69.5%로 아직 70%에 못미치지만 실제 개별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80%를 넘어선 곳이 부지기수다.
고양시 화정동 옥빛주공15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신고된 전셋값이 1억7천500만원으로 같은 달 거래된 매매가(1억9천900만원)의 88%에 달했고, 수원시 권선동 대원신동아 60㎡도 지난달 신고된 전셋값(1억7천500만원)이 매매가격(2억원)의 87.5%선이다.
이처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아예 집을 사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의 경우 지난 1월에 신고된 매매 건수가 10건인데 비해 순수 전세 계약건은 단 3건에 그쳤다.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도 전 주택형을 통틀어 지난달 전세계약 건수는 9건인데 비해 매매건수는 10건으로 더 많았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면서 일명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깡통전세'는 전셋값이 매매값에 육박하거나 더 높아 나중에 집이 경매 등에 넘어갈 경우 전세금을 되돌려받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추후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역전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부동산114 김은선 과장은 "최근 전세난이 서울에 이어 수도권으로 확산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한동안 외면받던 보증부 월세까지 물건이 달릴 정도"라며 "매매가에 육박하는 고가 전세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으므로 계약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아파트보다 저렴한 연립·다세대 거래 많아져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도 거래량 증가에 한몫
[연합통신넷= 이진용기자] 지난달 주택 거래량이 작년 1월과 비교해 34.1% 늘며 2006년 이후 1월 거래량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세난'에 지친 임차인들이 주택매매로 돌아서고 지난해 '9·1대책' 등 정부의 잇단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주택 매매거래량이 7만9천320건으로 작년 1월보다 34.1% 증가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런 실적은 국토부가 주택 거래량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주택경기가 좋았던 2007년 1월(7만8천798건)보다도 많은 거래량이다.
이처럼 1월 거래량이 10년 만에 최대량을 기록한 것은 비수기가 무색할 만큼 심화되고 있는 전세난의 영향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세 공급은 감소한 반면, 서초·강동구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이주와 방학 학군 이주, 신혼부부 집 장만 등 수요는 증가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 가운데 일부가 주택 구매로 돌아서면서 유례없이 연초 거래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을 더 올려주거나 반전세로 전환해야 하는 최근 전세시장에서 저금리 상황을 활용해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수요가 아닌 전세난에 떠밀린 회피수요"라고 말했다.
작년 말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3법'이 통과되면서 집값이 더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주택구매 수요를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3만4천301건)은 32.5%, 지방(4만5천19건)은 35.3%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증가 폭이 컸다. 서울(1만1천5건) 역시 작년 같은 달보다 32.3% 늘었다.
하지만,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1천741건)는 7.7% 증가하는데 그쳤다.
강남권 거래보다 수도권·지방 거래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강남 재건축 등 거래보다 전세난에 따른 매매전환 수요가 많았음을 짐작케 한다.
작년 12월과 비교하면 거래량은 전국이 13.0% 줄었다. 수도권은 9.0%, 지방은 15.8% 감소했으며 서울도 7.6% 줄었다. 그러나 강남3구는 작년 12월과 비교해도 거래량이 2.0% 늘었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 거래량은 36.8% 증가했고 연립·다세대주택은 29.3%, 단독·다가구주택은 25.1%씩 늘었다.
수도권의 경우 연립·다세대주택(41.5%)과 단독·다가구주택(37.9%) 거래 증가량이 아파트(29.4%)보다 더 많았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전세난에 쫓긴 세입자들이 기존 전세금으로 집을 구매하려다 보니 아파트보다는 저렴한 수도권의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 등으로 눈을 돌려 집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의 주요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상승세, 수도권 일반단지는 약보합, 지방 주요단지에서는 강보합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의 개포 주공1차 42.55㎡(5층)는 작년 12월 6억7천만원에 거래되다 올해 1월에는 6억8천800만원으로 올랐다.
송파 가락 시영1차 40.09㎡(4층)는 5억500만원에 거래되다 지난달 5억1천만원에 팔렸다. 경기 분당 야탑 장미마을 75.19㎡(13층)는 4억5천만원에서 4억3천만원으로 값이 내려갔다.
주택 거래량과 실거래가 관련 세부자료는 온나라 부동산정보포털(www.onnara.go.kr)이나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홈페이지(rt.moli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