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약관대로 줘라.”
법원, 보험사 행태에 제동…삼성생명 "항소 예정"
[연합통신넷=이진용기자] 자살도 일반사망보험금보다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처럼 표시하고도 일반보험금만 지급해오던 보험사들의 행태에 제동을 건 법원 판결이 나왔다. 2년 뒤 자살하면 일반사망보험금보다 2~3배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처럼 약관에 표시하고도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오던 보험사들의 행태가 잘못됐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1 단독 박주연 판사는 25일 박모씨 등 2명이 지난해 8월 삼성생명(032830) (100,500원▲ 500 0.50%)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 대해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박씨는 2006년 8월 아들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면서 재해 사망 시 일반 보험금 외에 1억원을 별도로 주는 특약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약관에 따르면 자살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은 아니다. 다만 '정신 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다.
박씨의 아들이 지난해 3월 자살하자 삼성생명은 일반보험금 6300만원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은 거절했다. 삼성생명은 자살은 원칙적으로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닌 만큼 정신질환 자살만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삼성생명 주장처럼 정신질환 자살과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난 뒤 자살을 나누는 것은 문언의 구조를 무시한 무리한 해석 방법"이라며 "특약 가입자들이 이 약관을 보고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거나 이에 동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특약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고객에게 불리해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 1심인 만큼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약관은 2010년 4월 이전에 생명보험사 대부분이 판매한 상품에 포함돼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ING생명에 대한 검사 결과, 자살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처럼 약관에 표시하고도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 온 것을 적발하고 제재를 하면서 자살보험금 논란이 불거졌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보험사들은 표기상 실수라며 약관을 수정하고서 그동안 자살시 일반보험금만 줘왔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 보험금의 2배가 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대표적으로 ING생명에 제재를 가하면서 자살보험금 논란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미지급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통보에 보험사들은 소송으로 시비를 가르겠다며 가입자를 상대로‘채무부존재 소송' 을 제기한 상태다.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들의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2197억여원에 달한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자살은 기본적으로 ‘재해’가 아니며 실수로 만들어진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는지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본다는 계획이어서 소송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