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 기자]주한미군이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를 70건 넘게 은폐해 온 정황이 확인됐다. 이중엔 1,000갤런 이상의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도 여러 건 포함돼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등 3개 시민단체는 3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 유출 사고기록(1990~2015)’을 공개했다.
이들은 외국인에게도 정보를 공개하는 미국 정보자유법(FOIA)에 따라 지난해 11월 미 국방부로부터 해당 자료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의하면, 지난 25년간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사고는 총 84건 중, 이 기간동안 미군 측으로부터 한국정부가 공유 받은 사고건수는 5건에 불과했고, 그 동안 국내 환경단체 등을 통해 알려진 것도 13건에 불과했다.
특히 주한미군 환경관리기준(EGS) 상 ‘최악의 유출량’으로 분류되는 1,000갤런(3,789ℓ) 이상의 사고도 7건으로, 이중 5건은 아예 한국 정부와 공유 자체가 안 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용산구 녹사평역 지하수 기름 유출사고(2001) 이후 서울시는 수년간 지하수 정화작업을 벌였지만, 2011년 지하수 허용 기준치(1.5㎎/ℓ)의 5,300배에 이르는 8,060㎎/ℓ의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검출됐다.
민변 권정호 변호사는 “현행 SOFA는 미군기지 내 환경사고 발생 시 양국 간 정보 공유나 국민의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고 기지 내부의 접근과 조사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오염 치유 기준도 없어 (미군기지를) 오염된 상태 그대로 반환 받아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를 2018년 12월까지 경기 평택으로 이전키로 하고 미군측과 반환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천호 기자, tyche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