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이천호기자] 127주년 노동절을 맞은 1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노동자 권리 향상을 촉구하는 집회가 잇달아 열렸다.
지난 근로자의날을 사흘 앞둔 지난 28일 오전 경기 화성의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공장 곳곳에는 기아차지부의 사내하청분회(비정규직 노조) 분리 투표를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고요히 나부끼고 있었다.
“2년간 한 라인 일하며 말 한마디 안 섞는 정규직도” 전날 밤 이 공장에서는 비정규직을 지켜줘야 한다며 투표에 반대하는 일부 정규직 노조원들이 투표를 강행하려는 기아차지부 지도부와 물리적 마찰을 빚는 등 5시간 가량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투표 결과 유효표 2만6,711표(투표 대상 3만1,082명) 중 찬성이 1만9,150표(71.7%). 예상을 뛰어 넘는 높은 찬성률로 10년간 이어졌던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의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은 마침표를 찍었다. 김수억 화성공장 사내하청분회장은 가결 직후 “현실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가 되지 못했다는 슬픈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금일(1일)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세계노동절 대회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됐다. 수도권대회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오후 1시 민중연합당이 ‘본격 직장 고발 프로젝트, 복면마이크왕’을 개최했다. 행사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복면을 쓰고 음성을 변조한 채 직장 내의 부당함과 어려움 등을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내부적인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노동개혁의 명분조차 잃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노 갈등이라는 여론을 악용한 기업들이 자칫 정당한 노동자들의 요구마저 거절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애초 이해관계가 다른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화합하려면 노동 현장인 작업장에서부터 신뢰가 필요하다”며 “노동운동이 약자를 대변하는 ‘정의의 칼’이 돼야 하지만 스스로 이런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사회적인 지지를 받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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