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이천호, 심종완기자] 돈 봉투 만찬'에 사용된 격려금의 출처는 개인적 돈이기보다는 '특수활동비'일 거라는 관측이 법무부와 검찰이 합동 감찰에 나서면서 이른바 '눈먼 돈'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가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대대적으로 ‘칼질’ 당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특수활동비란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수사와 정보 수집 등에 쓰는 돈으로 국정원과 경찰, 검찰, 국회 등에 배분된다. 올 해 법무부에 배정된 특수활동비는 2백84억 원, 이 가운데 검찰의 특수활동비는 179억 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의 돈봉투 사건 감찰을 지시하면서 특수활동비 전면 재검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특수활동비의 투명한 공개 등 개선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도 특수활동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 동안 법무부의 특수활동비는 2천6백여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특수활동비가 검사들의 수사비 지원을 위해 사용하는 예산이지만 사용 후에 증빙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눈먼 돈'이라는 점이다. 사용 증빙은 감사원 지침을 따르는데, 사용처가 밝혀지면 경비 집행 목적 달성에 지장을 받는다고 판단되면 영수증 처리 등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9일 “정보 기관을 제외한 법무부와 국회 등 모든 기관 특수활동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는 물론이고 그동안 기관과 공직자들의 쌈짓돈처럼 사용된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이 필요한 수사나 정보수집활동에 지급되는 비용으로 검찰의 주 업무인 수사와 범죄 정보 수집 활동에 쓰도록 편성된 예산은 특수활동비 외에 특정업무경비가 있다. 하지만 특정업무경비의 경우 카드로 지급되어 현금 사용이 어렵고, 지출 증빙을 해야 하는 경비인 반면 특수활동비는 부득이한 경우 이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조항 때문에 사실상 지출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경실련은 “특수활동비는 지급 대상이나 집행 방식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없다”고 지적하며 “한 마디로 특수활동비는 ‘쌈짓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매년 9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특수활동비로 편성되고 국회에서도 79억원이 쓰여지지만 정작 세금으로 이를 지급하는 국민은 특수활동비가 누구에게 얼마나 지급되고, 어떤 공적 업무에 사용됐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번에도 특수활동비의 사용처가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횡령이나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고 검찰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돈 봉투를 돌리는 관행도 후배 검사 길들이기 차원의 구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도 “정보기관을 제외한 청와대, 법무부, 감사원, 국세청, 미래창조과학부, 통일부, 국민안전처, 관세청,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원회, 외교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법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또 “정보기관의 특수활동비도 예산을 축소하고 국회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특수활동비 오용을 철저히 조사해 사적으로 이용한 특수활동비는 환수하고 세금횡령죄로 처벌할 것”을 주문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국가 기관의 특수활동비 인정 여부 및 범위 등부터 원점에서부터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야 한다”면서 “국민의 알 권리와 예산의 투명성 확보라는 원칙 하에서 특수활동비 인정 범위를 최소화하고, 사용 내역도 공개하고 국회의 결산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관계자들도 “이번 사건으로 특수활동비 개선 필요성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눈먼 돈’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는 그동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제도 개선이 추진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앞서 지난 2011년엔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2백에서 3백만 원이 든 돈 봉투를 검사장급 간부들에게 뿌렸는데, 여기에 사용한 9천8백만 원이 특수활동비로 드러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의 특수활동비 관련 법안으로 ‘국회의원윤리실천특별법안’과 ‘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 폐지법안’(국정원 특례폐지법) 등이 제출됐지만 19대 임기만료로 자연 폐기됐다. 특수활동비 비중이 가장 큰 국정원을 견제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었지만 역시 19대 때 처리가 계류되면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에 따라 이번 '돈 봉투 만찬' 사건의 감찰 과정에서 관행처럼 사용되던 '특수활동비' 집행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2007~2016년 사이 특수활동비로 확정된 예산은 8조5631억원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특수활동비를 편성 받았으며 총액이 4조7642억원에 달했다. 이어 국방부(1조6512억원), 경찰청(1조2551억원) 등이 10년간 1조원 넘는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된 법무부의 특수활동비는 2662억원(10년간)으로 특수활동비가 집행되는 부처 중 4번째였다. 청와대의 특수활동비는 2514억원으로 집계됐다. 특수활동비는 최근 4년간 매년 증액됐다. 2016년 특수활동비 예산액은 8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59억3400만원(0.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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