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있을까. 8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무대 위 스크린에 보이는 딸은 여전히 23살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고(故) 황유미 씨 어머니 박상옥 씨는 눈물을 훔쳤다.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본사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주최한 고(故) 황유미 8주기 및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문화제 '유미가, 유미에게'에서였다. 박 씨는 이날 추모제에 남편 황상기 씨와 함께 참석했다.
고(故) 황유미 씨 아버지 황상기 씨는 "유미가 삼성에서 일하다 병을 얻은 게 2005년 6월"이라며 "올해가 10년이 되는 해"라고 말했다. 황 씨는 "유미처럼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사람은 수없이 많다"며 "하지만 삼성은 자기네와 관련성이 없다고 몰아붙이고, 위험성을 노동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씨는 "결국 우리 딸이 병을 얻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 반올림에는 계속해서 (병 관련) 제보가 오고 있다"며 "삼성은 안전교육, 화학약품의 위험성 등에 대한 것은 전혀 알려주지 않고 일만 시키고 있으면서 어떠한 제재나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씨는 "노동자는 죽어도 돈만 벌면 된다는 게 지금의 삼성"이라며 "더는 우리 딸과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추모제에서는 고(故) 황유미 씨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에 삼성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후, 고(故) 황유미 씨를 비롯해 삼성 공장에서 일하다 세상을 떠난 고인들의 영정이 헌화하는 시간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