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유승열기자]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내각의 국정기조로 정경유착 근절과 재벌개혁에 방점을 찍으면서 경제단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재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첫 포문을 연 곳은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힘든 상황이라며 새 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경총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급기야 이번 달에 예정됐던 비정규직 관련 책자 발간 시기를 무기한 늦추기로 했다.
정경 유착의 진원지로 비판을 받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4대 그룹 탈퇴로 조직이 흔들리면서 역대 대통령 취임 직후 마련한 전경련 회장단과의 간담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회원사 17만 개를 돌파하며 경제계 대표 단체로 올라선 대한상의는 신중한 모습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회원사에 포함돼 있는 만큼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엔 대기업위원회 설치를 전격적으로 취소하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대외 활동을 줄이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경총은 비정규직대책을 놓고 문재인정부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으며 궁지에 몰렸다. 앞서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지난 25일 경총포럼 인사말에서"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다.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라고 먈했다.
반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중소기업청 승격 등 강한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가시화하면서 중소기업중앙회의 위상과 입지는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재계가 압박을 느껴야 한다"고 공개 기판했다. 결국 경총은 "정부 정책을 반대하려는 게 아니라 노사정이 힘을 합해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자는 뜻이었다"고 곧바로 해명했다. 이어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책을 내려다가 발간을 취소했다. 지난 1일에는 한 언론에서 경총 실무팀이 작성하고 있던 내부문건이 문재인정부 정책을 반박하기 위한 경제단체의 자료로 알려지자 경총이 다시 해명에 나서면서 갈등국면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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