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이천호기자] 이별을 요구하는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하고 자신의 동생과 함께 시신을 콘크리트로 암매장한 3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감형 배경에 20년간 인연을 끊고 지낸 피해자 아버지의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거세다.
사실상 남남과도 같던 유족과의 합의를 감형 사유로 삼는 것은 국민 정서와 지나치게 동떨어진 판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전고법 청주 제1형사부(이승한 부장판사)는 1일 폭행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39)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시신을 유기한 혐의(사체은닉)로 기소된 A씨의 동생 B씨(37)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6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내연남 이모(39)씨에 의해 숨진 피해자 A(사망 당시 36세)씨는 부모가 이혼한 뒤 할머니 밑에서 생활하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가출했다.
이후 보육원을 전전했고, 16살 이후에는 아버지와 1년에 한두 번 연락하는 게 다일 정도로 가족과 사실상 연락을 끊고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에 살던 A씨의 아버지는 딸이 숨진 2012년부터 시신이 발견된 지난해까지 4년간 그나마 있던 연락도 끊겼지만 아무런 의심을 없이 실종 신고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딸의 사망 소식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게 된 A씨의 아버지는 "딸이 혼자 잘 사는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랬던 A씨의 아버지가 딸의 암매장범이 법원에서 선처 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한 누리꾼은 "남남과 같던 아버지의 합의 때문에 암매장범이 감형을 받았더니 마음이 더욱 답답하다"며 "양형이 아무리 판사의 고유권한이라지만 '사람의 생명을 해하는 것도 별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이냐"고 반문했다.
경찰은 앞서 ‘노래방 여종업원이 동거남에게 살해돼 암매장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여 범행 4년 만인 지난해 10월 음성군의 한 밭에서 콘크리트로 암매장된 C씨의 백골 시신을 발견하고 A씨 형제를 체포했다.
이씨는 범행을 숨기려고 웅덩이를 파 A씨의 시신을 넣고 미리 준비해 간 시멘트까지 개어 붓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동거녀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되레 행방을 묻고 다니는 등 범행을 은폐했다. 이씨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경찰에 의해 A씨의 유골이 발견되자 자백했다.
하지만 '한 여성이 동거남에 의해 살해돼 암매장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수사 끝에 범행 4년만인 지난해 10월 18일 꼬리가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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