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유승열기자] 17일 새벽 1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전광판에 603이라 적혀 있던 붉은 숫자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총 전기 생산량은 54만5500GWh 이다. 이 가운데 30.7%는 원자력 발전소가 담당한다.그리고 17시간 뒤 숫자는 60으로 줄었다.
40년간 쉼 없이 돌아가며 전기를 생산하던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17일 오후 6시 발전기능을 멈추는 순간이었다.
생을 마감하기 직전인 16일도 고리 1호기는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원자로 바로 옆 터빈건물 안은 고온·고압의 수증기를 전기로 만드는 터빈과 주급수 펌프, 급수가열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3층 주제어실 벽면 상황판의 “16일 오후 2시34분 현재 원자로 출력 99.2%, 발전기 출력 603㎿e”는 고리 1호기가 온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제어봉의 현재 상황을 알려주는 초록색 막대그래프도 선명했다. 세월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원전 상태도 양호했다. 그 첫걸음으로 고리 1호기 영구정지가 이뤄졌고 다음 단계는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과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여부이다. 하지만 당장 전력수급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예정된 시간은 다가왔다. 출력을 낮추고 전력생산을 줄이면서 평소 600∼619㎿e를 오가던 고리1호기의 발전기 출력은 시간당 5%씩 감소했고 터빈정지 버튼을 누르자 ‘0’이 됐다. 곧바로 원자로 다발 위에 있던 29개의 제어봉이 하강하기 시작했다. 상황실에 있던 제어봉 관리 모니터의 초록색 그래프도 같이 하강했다. 1시간 뒤 29개의 제어봉이 121개의 원자로 다발 사이로 들어갔다. 제어봉은 원자로 내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는 중성자를 흡수해 연쇄 반응을 제어하는 막대기 형태의 물질이며 붕소나 카드뮴 등으로 만든다.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를 시작으로,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 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만큼 전력 수급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41%까지 올리겠다던 것을 정반대로 수정한 것이다. 2023년부터 2029년까지 고리 2∼4호기(2023∼2025년), 한빛 1∼2호기(2025∼2026년), 한울 1∼2호기(2027∼2028년), 월성 2∼4호기(2026∼2029년) 등 총 10기의 설계 수명이 만료된다.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도 해소해야 한다. 한 주민은 “오히려 원전이 가동할 때는 안전성을 점검하기 때문에 안도할 수 있었는데 가동을 중단하면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 중단 가능성이 있는 원전 8기는 1만2400MW 규모인데 폐쇄가 추진되는 노후 화력발전소도 감안하면 1만5800MW 전력이 빠진다.
이럴 경우 지난 정부가 예상한 2029년 최대 전력사용량에 3000MW가 부족하다. 다만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리면 비싼 발전단가 등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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