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 기자]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등을 의결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이후 내부갈등이 커지며 지난 22일 양승태(69) 대법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들이 법원 내부통신망 익명게시판에 올라와 사법부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양 대법원장 취임(2011년 9월) 뒤 판사들이 집단적 사퇴 요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시판에는 경쟁적으로 상호 비방의 글들이 올라오자 급기야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은 자제를 당부하며 문제가 되는 글은 보관 조치하겠다고 경고에 이르렀다.
법원 내부 익명게시판에는 “왜 대법원장님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말씀이 없으시냐, 이 긴 침묵이 일선의 법관들로 하여금 논쟁을 만들고 상처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글과, “대법원장께서 사법부를 위해 용단을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 “일부 세력이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등 상호 비방적인 판사들의 글이 5~6건 게시됐다.
지난 19일 전국 판사대표 100명은 법관회의를 열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조사와 관련자 문책 요구 등을 의결했다. 이후 법관회의 의장 이성복(57·16기)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21일 법원행정처에 의결안을 전달했다.
법관회의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최대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를 축소시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고, 법원행정처 내에 판사 성향을 분류해 놓은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마련됐다.
양 대법원장은 현재 이런 상황 속에서도 5일째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사들의 요구가 있다고 해서 대법원장이 성급하게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다”라며 “법관회의의 요구에 대해 면밀한 법리검토를 진행 중이고, 다음 주에는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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