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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증세 왜 안하나..
경제

내년까지 증세 왜 안하나

유승열 기자 입력 2017/06/30 08:42
[뉴스프리존= 유승열기자] 29일 “현재 마련 중인 정부의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증세 방안은 담기지 않을 것”이라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보수 정부에서 왜곡한 조세 정책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일부 비과세·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내용 정도만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없는 새 정부에서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 및 재원 마련 계획을 담당하는 기구다.  복지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랏돈을 풀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임기 첫해 증세를 사실상 포기했다. 조세 저항에 부딪치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불리하다는 정치적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예상보다 10조원의 세금이 더 걷힌 덕에 내년까지는 증세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에는 소득세나 법인세,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명목세율(법으로 정한 세율)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도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개혁으로 금년은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도 증세 안이 빠진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초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대기업·대주주·고소득자 등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게는 세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법인세율 인상이나 수송용 에너지 세제 개편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들은 국민적 합의를 이유로 올해 하반기 출범 예정인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칭)에 공을 넘겼다.

국정기획위는 올해 하반기 정부 내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증세 등 새 정부 중장기 조세 개혁 논의를 이 기구에 맡길 것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증세는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별도 기구가 국민 합의를 구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부자 증세’가 지향점이기는 하나 적어도 내년까지는 증세를 유보한다는 뜻이다. 여당 관계자는 “불필요한 증세 논란은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증세를 추진해봤자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반발 때문에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조세·재정 특위는 올 하반기 조세 개편 논의를 시작해 내년에 중장기 개혁 밑그림과 추진 일정 등을 담은 보고서를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개혁 방향은 대기업과 대주주, 고소득자, 자산가 과세 강화 등 ‘부자 증세’와 이로 따른 소득 재분배 강화에 있다며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기조를 공식화했다.  세수 호조도 증세 유보 결정을 뒷받침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올해 세입 전망을 너무 낮게 했다가 실제 세수가 10조원 이상 늘어나는 기저효과가 생겼다”면서 “큰 폭의 세법 개정 없이도 올해와 내년 세수 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5월 재정 동향’을 보면 지난 1~4월 국세 수입은 전년보다 8.7%(8조 4000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8조 8000억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에 따르면 정부가 세법 개정, 세금 탈루 과세 강화 등 세입 개혁을 통해 내년에 마련할 재원은 8조원이다. 초과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세부 증세 안을 내놓고 일부는 이듬해 세법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본격적인 증세는 바꾼 세법을 적용하는 2019년부터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실행하려면 세입 개혁으로 2022년까지 66조원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2019년부터 15조 5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증세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집을 보면 애초 초과 세수는 공약 이행 재원에 포함하지 않았다. 정부 지출·수입을 대략 추산한 기재부 재정 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0년까지 국세 수입은 정부 전망치를 42조 2000억원 초과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 세금 수입을 공약 이행 재원으로 돌리고 정작 증세 부담은 줄이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도 매년 정부가 쓰는 돈이 들어오는 돈보다 많아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며 “기재부가 보수적으로 예측했다가 이보다 더 걷히는 세금을 공약 이행 재원이라며 꼬리표를 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도 “초과 세수는 일종의 어음으로 경기에 따라 들쭉날쭉할 수 있다”며 “증세라는 정공법을 통한 공약 이행 재원 마련 계획을 분명히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문재인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증세 없이는 약속된 66조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조세개혁특위는 2년 뒤 큰 폭의 세제 개혁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atahar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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