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 기자]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제시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이에 뇌물 독대의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5일부터 6일 새벽까지 이어진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제35~36차 공판에서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이라는 점에 대해 대가성을 입증하는 직접 증거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안 전 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 경제수석 재직 당시 작성한 업무수첩의 내용에 대해 증언했다.
다만 재판부는 수첩에 적힌 내용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이라는 점에 대해 간접적인 정황 증거만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현장에 안 전 수석이 동참하지 않았고, 주로 박 전 대통령의 일방적 전달에 의해 대화내용을 전달받아 메모한 점에 비춰볼 때 수첩 메모가 곧 독대 대화내용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같은 판단으로 안 전 수석의 수첩 내용은 이 부회장의 혐의 입증을 위한 직접 증거로는 쓸 수 없게 됐다.
 
한편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통화 내용 등을 수첩에 받아 적었고, 이 부회장과의 2차 독대가 있던 지난 2015년 7월 25일 이후 수첩엔 '승마협회' '미르-K스포츠'  등의 단어가 적힌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특검은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어놓은 내용이 두 사람 간 뇌물을 주고받기로 약속한 핵심 증거로 보고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에서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수첩 메모와 특검 측의 해석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변호인단은 "독대 당시에 없었던 안 전 수석이 전해 들은 내용을 기재한 것이라 전달·청취·기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메모를 토대로) 독대 실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한 변호인단은 대다수 메모가 단어형식으로만 기재돼 있어 안 전 수석의 설명 없이는 의미파악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앞서 최씨와 안 전 수석의 미르·K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사건,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학·학사비리 사건의 심리 등에서도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을 대해 정황 증거로만 채택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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