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유승열기자]한·미 두 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앞두고 벌써부터 기싸움에 들어갔다. 개정 협상 여부를 다룰 특별 공동위원회 개최 장소를 놓고 서로 상대더러 오라고 하는 등 신경전이 팽팽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발언으로 FTA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미국곡물협회에서 한미 FTA의 순기능을 높이 평가한 입장이 나와 주목된다.
가축배합사료나 주정 원료 등으로 쓰이는 곡물을 생산하는 미국 농가가 한미 FTA로 이득을 많이 보는 측면이 있다는 주장,우리 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에 따라 공동위는 ‘당연히’ 서울에서 열려야 한다는 태도다.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운영을 다룬 협정문 22.2조 4항 ‘나’는 “양 당사국이 달리 합의하지 아니하는 한 공동위원회는 다른 쪽(개최 요청을 받은 쪽) 당사국의 영역에서 개최하거나 양 당사국이 합의하는 장소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한다”고 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매년 한 번씩 여는 공동위원회 정기회기는 한국과 미국에서 교대로 열리지만 이번 특별회기는 미국이 먼저 요청한 만큼 (두 나라가) 달리 합의하지 않는 한 요청을 받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전날 특별 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다음달에 워싱턴DC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미 곡물협회 칩 카운셀 회장은 "한국은 미국 농업의 큰 고객이자 충실한 파트너"라며 "미국 곡물업계에서 한국은 시장 개발의 거대한 성공 스토리가 돼 왔다"는 평가를 했다고 미 농업 전문매체 '피드스터프'(FeedStuffs)가 전했다.
미 곡물협회는 2012년 한미 FTA가 체결되면서 한국과의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통상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특별회기 장소에 대한 규정을 몰랐을 리 없다고 말한다. 알면서도 협상 초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미국 개최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2006∼2011년 한·미 FTA 협상을 이끌었던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할 말이 있는 사람이 오는 게 맞다”면서 “통상 협상은 엄청난 집중력과 체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는 익숙한 안방에서 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곡물협회는 미 무역대표부가 FTA 공동위 개최 제안 이후 FTA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산업부 관계자는 “이런 것도 기싸움”이라면서 “미국이 장소 조항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개최 장소를) 워싱턴으로 박아서 요청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공동위원회 의제와 개최 시기 등 세부사항을 조율할 실무 협의를 어디서 하느냐도 관건이다.
한국 정부는 FTA 공동위원회 개최 제안에 대해 속도를 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특히 '쌀을 비롯한 일반 농산물은 재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mataharid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