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출발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 22일 오후 3시 20분께 양승태(69·2기) 대법원장을 면담하기 위해 김 후보자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방문해 "저는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당사자와 호흡하며 재판만 했다"며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법원 안팎의 평가에 대해서는 원론적이면서도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고 어제 저에 대해 분에 넘치는 기대와 상당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충분히 이해될만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법원 역할의 중요성이나 대법원장의 위치에 비춰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청문 절차를 통해 기대에 부응하고,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등 민감한 현안에는 "나중에 청문회에서 일일이 할 이야기를 지금 모아서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며 말을 아꼈다. 아울러 그는 "제가 대법원에서 3년간 재판연구관을 하면서 밤낮으로 일했었다. 오늘 기분은 남다르다"고 간단한 소회를 밝힌 뒤 "이 자리는 대법원장을 뵙고 청문이나 이후 절차에 관한 가르침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사법부 개혁 여론에 응답하겠다는 뜻은 밝혔다. 김 후보자는 "저도 두려운 마음이 있습니다마는 이게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출발 안 했을 것"이라며 "더욱 더 열심히 해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예정된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김 후보자는 "대법원장 임명이나 향후 청문회에 관한 대법원장님의 가르침을 받기 위한 자리"라고만 설명했다. 내달 24일로 6년 임기가 끝나는 양 대법원장은 김 후보자를 만나 지명을 축하하고 사법 개혁 추진과 최근 불거진 법원 내부갈등 봉합 등 차기 대법원장의 역할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1일 청와대는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는 등 진보 성향이 짙은 김 후보자는 대법원장 후보자로 임명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후보자의 이력을 두고 '사법부가 정치화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 후보자는 조만간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지원을 받아 청문회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청문회는 다음 달 초순께 이틀간 열릴 전망이다.
다음은 김 후보자의 소감 전문.
사실 제가 여기 대법원에서 3년 동안 연구관으로 생활하면서 밤낮으로 일했습니다. 오늘 오는 기분은 남달랐습니다. 현안에 관해서는, 나중에 청문회에서 일일이 할 이야기를 지금 모아서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대법원장 임명이나 향후 청문회에 관한 양승태 대법원장님의 가르침을 받기 위한 자리입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행정팀과 협의해서 멋진 준비팀을 만드는 작은 준비절차이기도 합니다.
저는 판사라서 그동안 제 평판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어제 발표 이후 저에 대해 분에 넘치는 기대와 상당한 우려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충분히 이해될 만한 내용입니다. 법원의 필요성이나 대법원장의 지위에 비춰보면 충분한 관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청문절차를 통해 기대에는 더욱 부응하고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겠습니다.
(기수 파괴 파격 인사라는 평가에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대법원에 수없이 들어왔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들어간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금 더 제가 열심히 준비해서 그런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저는 재판만 했습니다.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당사자와 호흡하면서 재판만 한 사람입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이번에 보여드리려 합니다. 저도 두려운 마음이 있습니다마는 이게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출발 안 했을 것입니다. 더욱 더 열심히 해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