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때의 『초려경략 草廬經略』 「수험 守驗」에 보면 험준한 곳을 수비하는 요령의 하나로 ‘예상 밖의 매복’이란 뜻의 ‘출기익복’을 거론하고 있다. 그리고 『백전기법』 「지전 地戰」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무릇 적과 싸울 때 삼군이 지리적 이점을 얻는다면, 적은 숫자로 많은 수의 적을 대적할 수 있고 약함으로 강함을 꺾을 수 있다. 이른바 저쪽을 알면 공격할 수 있고 내 쪽을 알아도 공격할 수 있으나, 지리적 이점을 모르면 반쪽 승리밖에 거두지 못한다. 이는 ‘지피지기’하고도 지리적 이점을 얻지 못하면 완전한 승리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울료자 尉繚子』 「전위 戰威」에서는 “천시(天時)가 지리적 이점만 못하다”고 까지 했다. 적의 예상을 벗어난 매복으로 적을 공격하는 것은 ‘출기제승(出奇制勝)’의 구체적인 방법이다. 이 계략의 성공은 적의 정세‧나의 상태‧지세(地勢)에 대한 전면적이고도 깊은 이해에 달려 있다.
먼저 적을 알아야 한다. 적장‧적의 병사‧적의 행동반경‧적의 행동형태‧나에 대한 적의 정보량 따위에 대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나를 알아야 한다. 아군의 장수와 병사 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세 번째로는 지세를 알아야 한다. 무릇 매복은 지세를 이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지세라는 조건이 없으면 ‘출기익복’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병가에서는 선수(先手)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적의 마음을 공략할 수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투에 능한 자들치고 먼저 유리한 전투지를 차지하고 난 다음 적을 상대하지 않은 자는 없었다.
싸우는 쌍방은 모두 지혜를 겨루며, 상대보다 수준 높은 한 수를 구사하려 한다. 적과 나, 그리고 지세를 알아야만 비로소 정확한 결심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231년, 제갈량은 위나라 공격에 나서 사마의와 기산(祈山)에서 맞붙었다. 식량이 떨어져 제갈량의 촉군이 후퇴하려 하자 사마의는 장합을 보내 추격하게 했다. 목문(木門)까지 추격했을 때, 촉군의 복병들이 높은 지세에서 비 오듯 화살을 퍼부었다. 장합도 화살에 맞아 전사하고, 촉군은 무사히 후퇴를 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