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MBC '스트레이트' 보도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됐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또 윤석열 장모 사기죄 의혹에 대한 수사 촉구' 등 검찰총장과 관련된 다수의 청원글도 올라와 있다.
청원자는 "3월 9일 MBC '스트레이트'에서 보도한 윤석열 총장과 그와 관련된 주변인들의 의혹이 매우 중대한 비위로 보도되었다"라며 "공정하고 청렴해야 할 직위에 있는 자가 이런 비위 의혹에 있다는 건 검찰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국민에게 정의 실현은 허울이라는 자괴감을 심어 준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청원자는 "보도된 모든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법무부의 감찰을 요청한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12일 시작으로 4시 30분 현재 분 현재 30,033명이 동의했으며 오는 4월 11일 마감한다.
앞서 '스트레이트'는 수도권 기준 시청률 8.3%를 기록해 폭발적 관심을 보였다.
그만큼 시중에 떠도는 설로만 분분했던 윤 총장 장모 최 씨가 받고 있던 범죄 혐의점을 공영 방송사에서 수면 위로 끌어올려 법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간 배후에는 검사 사위의 코치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청자의 반향은 컸지만, 검찰발 조국 기사를 수만 건씩 거침없이 써 갈겨댔던 언론들이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되게 추가적인 보도가 없다. 한 방송사의 힘만으로는 반향을 확산시키기에는 무리인 걸까?
이를 두고 이외수 소설가는 10일 트위터로 “누가 자판 못 치게 손가락을 절단해 버렸느냐”라고 한껏 비꼬았다.
그는 "조국 딸 표창장 하나만으로도 온 나라를 벌집 쑤셔댄 꼬라지로 시끄럽기 그지없던 기레기들아. 윤석열 장모 사건 터졌는데 왜 일제히 적막강산에 먼 산 보기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양희삼 목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위조하지도 않은 표창장을 찾겠다고 수십 명의 검사를 동원하고, 꼴랑 그걸로 기소를 하더니 이런 중대한 사문서 위조는 그냥 넘어갔다”며 “기자라면 윤석열에게 물어야 하지 않나? 검찰이 보도하지 말라면 안 하는 게 기자 정신이냐?”라며 윤 총장 장모 사문서 위조사건을 빗대며 검찰과 언론을 향해 질타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표창장 사태에서 보여준 윤 총장의 전광석화 같았던 검찰 수사 지시와 대비 되면서 유독 최 씨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점이 높은데도 검찰이 수수방관 하는 데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장모 최 씨는 전면에 부각됐지만 드러나지 않은 사문서위조의 주도자는 어쩌면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라는 의혹을 스트레이트가 이날 짚었다.
이런 사실을 두고 고일석 전 중앙일보 기자는 페이스북에서 "그런데!! MBC 스트레이트는 사문서위조를 사주하고 실행한 사람이 김건희 씨라는 것을 밝혔다"라며 "아마 법정 진술과 판결문에 그 내용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전혀 조명이 되지 않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고 기자는 "이로써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은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된다"라며 "이를 통해 윤석열이 검사로서 장모의 여러 범법행위를 비호한 것이 확인될 수 있다면 당연히 공수처 수사의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 이걸 MBC 스트레이트가 표면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부동산업자 안모 씨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일대 땅 55만m²가 공매로 나온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했다. 안 씨는 윤 총장의 장모 최 씨와 손잡았다. 이들은 이 땅을 40억 원에 계약했다. 그 뒤 1년이 채 안 돼 이 땅을 70억 원에 사겠다는 건설사가 나타나는 등 투자는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안 씨는 매입 당시 빌렸던 돈을 갚으려면 땅을 급히 팔아야 했지만 최 씨는 땅을 안 팔겠다고 버텼다. 매각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안 씨는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했고 담보물이었던 그의 땅 지분은 공교롭게도 최 씨의 아들이 대표인 부동산 업체로 넘어갔다.
사실상 땅 전체를 손에 넣은 최 씨는 즉각 130억 원에 땅을 팔아 3년 만에 90억 원의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그런데 문제의 이 땅을 매입하던 과정에서 최 씨의 수상한 행적들이 드러났다. 자금 조달력을 입증하기 위해 발급받았다는 최 씨 명의의 은행 예금 잔고 증명서가 가짜였다. 동업자 안 씨와 소송전을 벌이게 된 최 씨는 법정에서 가짜 잔고 증명서의 존재를 시인했다.
가짜 증명서 작성을 누가 주도했든지 최 씨는 사문서위조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렇듯 공개재판에서 새로운 범죄 혐의가 드러났지만, 검찰은 모른 체 했다.
도촌동 땅 매입 당시 최 씨의 수상한 투자행적은 불법 차명거래다. 자신의 명의가 아닌 지인이 소개해준 회사를 앞세워 거래했던 정황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잔고증명서 위조를 포함해 최 씨에게 조언해준 투자전문가는 최 씨의 딸이자 윤 총장의 부인인 김건희 씨의 지인이라는 사실이 재판 중에 드러났다.
따라서 도촌동 땅 매매 과정 전반에서 김건희 씨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건희 씨는 "안 씨(부동산업자)와 한 번 만나 인사만 나눠.. 도촌동 땅 문제 논의한 적 없다"라는 의도로 취재진에 전했다.
하지만 안 씨는 스트레이트 이용주 기자에게 "김건희하고는 한두 번 만난 게 아니라 (김건희 자택) 밑에서 수십 번 만났죠"라며 "(김건희가) '우리 잘해보자고. 우리 엄마는 돈 융통을 잘 못 한다. 내가 다 해줘야지. 융통하는 것을 내가 다한다'"라고 밝혔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하다는 윤 총장이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는 철저히 이중성을 보인다는데서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도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한겨레'가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 연루 의혹을 제기했을 때는 윤 총장은 득달같이 취재기자를 고소했고,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MBC의 장모사건 보도에 대해서는 윤 총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용주 MBC 스트레이트 기자는 검찰총장 장모사건 취재가 기획단계부터 방송까지 넉 달이 걸렸다며 검찰총장과 그의 가족에 대한 문제이다 보니 '하나씩 돌다리를 두들긴다'는 심정으로 교차 확인에 집중했다고 했다고 '미디어오늘'이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기자는 "제가 좀 겁이 많은 편인데 방송 직전까지 위축돼 있다가 방송 이후 회사 괜찮겠냐는 말까지 들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기자는 "최대한 신중하게 사실 보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든 본인이 의도적으로 악의적으로 법을 어겨 잘못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며 "누구는 봐주고 수사를 안 하면 누가 법과 정의를 믿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일부 매체에서 간헐적으로 다룬 적이 있는데 정말 이런 일이 있었겠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취재를 시작했는데 판결문을 입수해서 봤더니 기존 언론 보도는 일부분에 불과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수상한 투자라는 큰 배경이 나와 있었다. 판결문은 누구나 쉽게 확보할 수 있고 공개가 돼 있어 어느 언론사도 다룰 수 있었는데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했고 확실히 짚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거나 편들기 위해 검찰을 비판하거나 트집을 잡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진영 논리로 넘어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현재 검찰이 선택적 정의, 선택적 기소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인데 진영 대 진영의 싸움이 아니라 유능하고 거대한 수사기관의 권한이 공명정대하게 쓰여지고 있는지를 점검한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관심이 컸던 내용은 장모 최 씨의 사건 처리와 관련해 사위인 윤 총장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세간의 의혹이 더욱 증폭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여러 건의 질의서를 작성해 윤 총장에게 보냈다. 장모 최씨의 행적을 기술하고 부적절한 법률 조언이나 자문을 한 적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질의 내용을 보냈지만, 총장은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
이용주 기자는 "대검 쪽에서 답변을 보내와서 봤더니 의료법인 건 등에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고 하고 윤 총장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니 '그 정도로 처리를 해달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오도한 질문이거나 해명할 가치가 없다거나 개인사라 답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아니고 대검에선 '답변이 오지 않은 거로 해달라'라고 굳이 요청한 것도 이상하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