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이천호기자] 25일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횡령 등에 대한 1심 선고에 이어 또 하나의 세기의 재판이 예정돼 있다. 보통, 뇌물 공여자와 수수자는 같은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만큼, 뇌물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유죄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로 봤을 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 선고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모든 혐의를 인정했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에 관련한 뇌물공여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을 줬다고 재판부가 인정한 액수는 89억여 원, 이 금액은 고스란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뇌물 수수액이기도 하다.
특검과 검찰이 따로따로 재판에 넘겼지만, 사실상 같은 사건이고 뇌물을 준 사람이 유죄이면 받은 사람도 당연히 유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강요·직권남용·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공갈 혐의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이재용 재판에서 재판부가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에 대해 '강압적', '어쩔 수 없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공갈에 의해 삼성의 지원이 이뤄졌다고 본 것으로 판단된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오랫동안 개인적 친분 관계를 맺으며 국정 운영에 있어 최 씨의 관여를 수긍했을뿐더러, 삼성의 승마지원 진행 상황도 최 씨로부터 전달받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이 최순실 씨의 사적 이익 추구 수단이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 씨가 각 재단의 사적이익을 추구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적극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에 관여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의 대가로 재단을 지원한다는 묵시적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인식했다고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뇌물혐의를 벗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출연금도 뇌물이 아닌 강요로 보게 되면 박 전 대통령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재판부가 다르긴 하지만 보통 뇌물을 준 사람보다는 받은 사람을 엄하게 처벌하고 있는 만큼 중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이다.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쨌든 직무에 관련해서 돈을 받았기 때문에 뇌물수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돈을 받는 방식도 공갈로 받았다는 게 오늘 더해진 것이다. 공갈과 뇌물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는 의미"라면서 "오늘 재판으로 봤을 때 박 전 대통령은 중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