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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헌재 5년지나서야 “백남기 농민에 일직선 물대포 위헌..생명권 침해”

이명수 기자 lms@pedien.com 입력 2020/04/25 10:26 수정 2020.04.25 10:40

[뉴스프리존=이명수 기자] 5년이 지나서야 2015년 11월 고(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경찰의 직사살수(물줄기가 일직선 형태가 되도록 해서 시위 참가자에게 직접 쏘는 것)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백남기 씨 유족들이 직사살수 행위를 지시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직사살수와 그 근거 규정이 생명권 등을 침해했다”며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살수차를 이용해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로 백남기 씨에게 도달되도록 살수한 행위는 백남기 씨의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2015년 서울대병원 백남기 농민운동가의 장례모습
2015년 서울대병원 백남기 농민운동가의 장례모습

농부였던 백남기 씨는 앞서 2015년 11월 14일 오후 7시쯤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뒤 이듬해 9월 25일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백 씨의 머리를 향해 물대포를 직사하고 넘어진 백 씨를 구조하러 접근하는 사람들에게도 20초 정도 계속 물대포를 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을 대리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당시 직사살수 행위와 경찰관직무집행법·위해성경찰장비사용기준등에관한규정·경찰장비관리규칙 등 규정이 백 씨와 가족의 생명권, 인격권, 행복추구권, 집회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이 사건 직사살수 행위는 불법 집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의 위해와 재산·공공시설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므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면서도 “이 사건 직사살수 행위 당시 백남기는 살수를 피해 뒤로 물러난 시위대와 떨어져 홀로 경찰 기동버스에 매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직사살수 행위 당시 억제할 필요성이 있는 생명·신체의 위해 또는 재산·공공시설의 위험 자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사살수는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가 되도록 시위대에 직접 발사하는 것이므로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초래됐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위험을 제거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며 “부득이 직사살수를 하는 경우에도, 구체적인 현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아 거리, 수압 및 물줄기의 방향 등을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로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백남기의 행위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됐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직사살수 행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오히려 이 사건 집회 현장에선 시위대의 가슴 윗부분을 겨냥한 직사살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인명 피해의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으므로, 피청구인들로서는 과잉 살수의 중단, 물줄기의 방향 및 수압 변경, 안전 요원의 추가 배치 등을 지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 사건 직사살수 행위를 통해 백남기가 홀로 경찰 기동버스에 매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기는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했던 반면, 청구인 백남기는 이 사건 직사살수 행위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건 직사살수 행위는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이 사건 직사살수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 백남기의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한 브리핑에서 “헌재의 이번 결정은 국가가 자행했던 폭력에 대한 뒤늦은 반성”이라며 “고 백남기 농민의 참담한 죽음은 결코 잊혀서는 안 되는 비극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공권력에 의한 살인’의 진상은 명명백백히 밝혀져 두고두고 기억되며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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