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 삼성그룹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을 위해 거액을 지원하는 과정과 관련한 핵심 증인들이 재판 증언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와 대면한다.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뇌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최순실씨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렸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이라고 찍혀 좌천된 것으로 알려진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당시 문체부 체육국장)이 이번 주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만난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사건 작성·관리에 박 전 대통령 개입이 있었는지를 가리는 재판도 이번 주 이어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11일엔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삼성에서 승마 지원을 받도록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12일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도록 부당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은 검찰 측 공소사실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증인신문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증인으로 출석한 두 사람의 증언을 탄핵하면서 승마지원의 뇌물성을 부인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각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병합 전 최씨 재판에서 검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언을 내놓았다. 인사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노 차관이 승마협회를 감사한 뒤 ‘박 전 전무와 상대 진영 모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올린 게 박 전 대통령 지시의 계기로 꼽힌다.
노 전 국장은 문체부 체육국장이던 2013년 대한승마협회 감사 이후 박 전 전무가 승마협회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의혹을 조사하다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노 차관은 지난 4월 최씨의 다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정책 담당자들은 축구, 야구, 배구 등도 있는데 왜 대통령이 유독 승마만 챙기는지 의문이었고, 돌아버릴 지경이었다”고 털어놓았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2차관으로 발탁됐다. 검찰은 노 전 국장에게 좌천 경위와 당시 대통령의 승마지원 지시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승마지원의 뇌물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4~15일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심리와 관련해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증언대에 선다. 당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78세로 고령인 김 전 실장의 건강문제 때문에 검찰과 변호인 측 모두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이번 주는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한 재판도 다수 진행된다. 국정농단을 묵인한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 심리로 오는 11일 열린다. 정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비리에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최경희 전 총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이인성·류철균 교수 등의 항소심 재판도 열린다.